개인이 다른 사람의 은행 빚보증을 서는 가계대출 연대보증제도를 개선,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키로 한 것은 아직도 빚보증으로 인한 '날 벼락 맞은 피해자'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현재 은행 당 1억~2억원인 보증한도액을 5000만원으로 축소하고 '대출 건별'인 관리체제를 '채무자별'로 바꿀 방침이다.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전근대적인 연대보증제도 폐지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우리사회에서 남의 빚 보증을 섰다가 신세를 망친 사람을 찾아보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인정과 의리'때문에 친척이나 지인의 빚 보증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응했다가 날벼락을 맞는 것이다. 빚을 얻었다가 갚지 않거나 못하는 차입자의 자세도 문제지만 제3자를 끌어들여 스스로의 피해만을 막으려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제왕적 자세'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연대보증제도는 돈을 빌려주는 측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빌리면 차입자가 책임을 져야 하고 빌려주는 측도 담보를 잡거나 차입자의 신용도를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빌려 주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신용조사는 등한히 하고 은행 등 금융회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된 연대보증제도를 이용, 제3자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이 같은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제3자의 연대보증 없이 신용대출을 원칙으로 한다. 차입자의 신용도 등을 조사해 이에 걸 맞는 액수의 돈만을 빌려준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겐 보증전담기관의 보증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신용 사회라 한번 신용을 잃으면 회복도 어렵고 사회활동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일본도 신용대출을 기본으로 하고 신용도가 아주 낮은 사람에겐 연대보증인을 요구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연대보증에 의한 가계대출은 9월말 현재 13조5000억원으로 99년의 18조7000억원에 비해 많이 줄었다. 이처럼 감소한 것은 1인 당 연대보증금액 제한 등의 개선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대출 건별로 관리함에 따라 한 사람이 연대보증금액 제한 범위 내에서 여러 건을 분할 보증 서는 폐해가 속출했다. 이번에 이를 채무자별로 관리키로 했지만 가계대출 부실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날 벼락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제 금융기관은 전산화 덕책으로 각 개인의 신용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만큼 각 개인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일이 쉬워졌다. 이를 대출에 활용해야 한다. 각 금융기관은 연대보증인을 요구하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신용도를 조사, 신용도에 상응하는 금액을 대출해야 한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겐 담보나 보증전문기관의 보증서로 연대보증제도를 대체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신용사회 정착을 앞당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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