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동남아 임금인상 러시 고성장 전략 발목잡나

자카르타 최저임금 44% 올려<br>태국도 내년 인상 지역 확대<br>고비용에 공장 이탈 가능성


글로벌 경기둔화의 와중에도 저임금 덕분에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며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임금인상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이어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경제성장에 따른 임금인상과 복지확대 요구가 거세지며 저임금에 기반한 고성장 전략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지난 수개월간 근로자들의 시위가 지속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최근 최저임금을 44%나 인상하기로 했다. 자카르타에 이어 다른 도시에서도 임금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일 "저임금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 임금인상과 노동자 복지향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태국의 경우 올해 초 7개 지역의 최저임금을 올린 데 이어 내년에는 나머지 지역에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다음달 중 최초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봉쇄가 풀리고 있는 미얀마도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한 새 임금법안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2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통했던 중국이 인건비 인상으로 동남아 지역에 다국적기업들의 공장을 빼앗긴 것처럼 이들 국가에서도 고비용으로 '세계의 생산공장' 지위가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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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이런 점을 의식해 정부의 임금인상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의 기업 로비단체는 최근 정부에 최저임금 인상 면제를 요구했으며 말레이시아 기업가들도 정부에 임금인상 시기를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국가의 임금수준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을 44%나 올린 자카르타의 경우 수출기업들이 이미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데다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동남아 지역의 인건비가 올라도 여전히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공장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WSJ에 따르면 현재 중국 베이징의 공장노동자 임금은 월평균 538달러에 달하는 반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태국 방콕의 노동자 임금은 각각 344달러와 286달러에 그치고 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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