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대(對)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 단독 군사행동은 미 시장에 투자된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초래, 미 경제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N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명분 부족의 전쟁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 받던 미국 자산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미국이 UN 등 국제사회의 여론과 관계없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시사하면서 펀드매니저 등 시장 관계자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단독의 이라크 공격은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집중 매도를 유도, 뉴욕 증시를 폭락시키며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
특히 재정적자, 경상적자가 국내 총생산(GDP)의 각각 3.5%, 5%에 달해 미 경제 시스템이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은 미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 메릴린치의 데이빗 보어스는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해외 투자가들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자본을 계속 공급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해외 투자가들의 달러화 표시 자산 매수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시장에 대한 기존 투자손실로 유럽 투자자들의 투자여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아시아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되고 있다. 아시아권의 미 국채 투자는 그간 꾸준히 증가했으며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은 수출경쟁력 확보(달러화 강세 유도) 차원에서 달러화 표시자산 매입을 늘려 왔다. 하지만 미국이 UN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행동할 경우 아시아 투자자들은 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게 돼 미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일달러`로 무장한 또 다른 큰 손인 아랍권 투자가들도 단기적으로 미 시장을 떠나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제사회의 후원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미국과 아랍권과의 대결 양상으로 발전, 아랍권 투자자들의 미 자산 매각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