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숲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5> 바다로 나온 숲…미호노 마쓰바라 자연보도

아름드리 老松… 숲·해변 어우러진 '일본의 올레길'<br>시즈오카 미호노 마쓰바라길 등 도심 근처 산·바다 풍광과 연계<br>맑은날엔 후지산이 손에 잡힐듯… 절경 보려는 방문객 끊이지 않아

일본인들은 소나무와 바다, 그리고 후지산이 보이는 시즈오카 미호노 마쓰바라 자연보도를 종종 방문해 울창한 송림 속에서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시즈오카=윤평구기자 pgyoon@hotmail.net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일본 도쿄의 최대 도시숲 중 하나인 요요기공원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어린이를 돌보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도쿄=윤평구기자 @hotmail.net

일본은 지난 1950~1960년대 국토 녹화에 성공한 후 숲길을 복원해 자연ㆍ문화탐방공간을 확보하는 자연보도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환경성 주관 아래 자연보도 조성사업을 계획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조성ㆍ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1970년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 자연보도(東海 自然步道)를 시작으로 큐슈 자연보도(九州 自然步道) 등 전국에 8개 자연보도, 2만6,000㎞를 조성해놓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연간 4,000만명이 넘는다. 일부 지자체는 기존 자연보도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산길을 걷다 보니 위험성도 있어 이용객이 늘지 않고 있다고 보고 도심과 인접한 경치 좋은 곳에 새로운 자연보도를 조성하는 등 자연보도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바다로 나온 숲길=시즈오카현 정부는 1970년대 조성한 자연보도가 예상과 달리 일부 트레킹 전문가들만 이용하자 보다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1992년 도심과 인접한 바닷가 숲길을 새로 조성했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나가와현ㆍ야마니시현을 지나 시즈오카를 달리던 도카이 자연보도가 산길을 벗어나 바닷가로 나온 시즈오카현 시즈오카시 미호노 마츠바라 자연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시즈오카현에 들어온 도카이 자연보도는 산 코스인 혼코스(176.3㎞)와 해안 코스인 바이파스코스(141.7㎞) 등 2개 코스로 나뉜다. 혼코스는 1970년 개설돼 운영 중이며 바이파스코스는 199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미호노 마쓰바라 자연보도는 바이파스코스에 포함된 바닷가 시즈오카시 미호노 마쓰바라 지역을 둘러싸고 조성된 숲길로 11㎞에 걸쳐 있다. ◇흑송과 후지산이 보이는 절경=35㏊에 6만여그루의 흑송이 자리 잡고 있는 미호노 마쓰바라 지역은 일본의 3대 송림에 포함될 정도로 역사와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200~300년 된 흑송은 찾는 이들이 감탄할 정도로 위용을 뽐내고 있고 멋스러움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곳 자연보도 구간에는 또한 서양 만화의 배경이 된 유명한 나무 '천녀의 옷'이 있다. 600년 정도 된 나무인데 서서히 생명을 다하고 있는 듯 대부분의 나뭇가지가 고사했고 일부 가지만 간신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일본인들은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줄지어 방문하고 있다. 미호노 마쓰바라 자연보도에는 또 200~300년 된 소나무가 1㎞ 정도 길 양옆으로 줄지어선 '신의 길'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일본인들은 낮에는 물론 저녁에도 남녀노소 이 길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건강을 다지고 있다. 낯선 이방인일지라도 이 길에 들어서면 무엇인가에 압도되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길이다. 특히 이곳 미호노 마쓰바라 자연보도는 맑은 날에는 후지산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아 관광객 및 걷기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울창한 흑송을 감상하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후지산까지 한눈에 봤던 일본인이라면 다시 이곳에 오지 않고는 마음 어딘가에서 부족한 느낌이 일어날 듯하다. ◇방문객 끊이지 않아…송림지역 줄어드는 것이 고민=일본 관광산업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미호노 마쓰바라 자연보도를 찾는 방문객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본인들의 여행 패턴이 과거 단체방문객 위주에서 최근 개인여행으로 바뀌고 있는데다 미호노 마쓰바라 자연보도의 경우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치, 즉 푸른 소나무와 흰 모래, 후지산, 바다의 네 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송림지역이 침식되고 소나무재선충 등 병해충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시 당국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송림지역에 토사를 공급하던 아베강에서 언제부터인가 모래가 내려오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사구가 줄어들고 있다. 시즈오카시는 추가 침식을 막기 위해 방파제까지 설치했다. 또한 최근 발생한 소나무재선충으로 많은 소나무들이 고사해 지역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2007~2008년에는 연간 1,500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고사하는 피해를 입었고 지난해에도 400여그루가 피해를 당했다. 시즈오카시는 피해 방지를 위해 미호노 마쓰바라 지역을 특별규제 A지구, 특별규제 B지구, 제1종 규제지구, 제2종 규제지구, 제3종 규제지구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시미즈은행과 시즈오카시ㆍ시즈오카현은 6월 시즈오카미래산림지원협정을 체결하고 미호노 마쓰바라 8.7㏊를 대상으로 나무 심기와 나무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즈오카시 경제국의 모치즈키 겐(49)씨는 "일본 명소로 지정된 이곳을 지키기 위해 시ㆍ현 정부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호노 마쓰바라를 지키는 것이 지역을 지키고 국가 관광자원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즈오카현 관광정책과의 하마시마(39)씨는 "초창기 산길을 이어 만든 자연보도가 바쁜 도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바닷길을 추가한 자연보도를 구축했다"며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주말에 당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대상으로 숲길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빌딩숲 살짝 벗어나면 산책로·나무그늘
■일본의 도시숲 일본 정부는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자 국민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숲을 찾을 수 있도록 도시 내 공원을 조성하거나 도시 인근지역 숲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도쿄시는 올림픽선수촌으로 활용되던 요요기공원을 대표적인 도시숲으로 변모시켰고 오사카시는 콘코이코마 국정공원의 아름다움을 시민 모두가 체험할 수 있도록 시민의 숲으로 조성했다. 오사카시는 오사카성 주변 숲 또한 시민의 숲으로 지정해 시민들이 언제든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요요기공원 도시숲=일본 도쿄의 대표적 도시숲이자 공원인 요요기공원은 연간 1,000만명 이상의 시민이 휴식 및 여가, 건강 증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쿄시민들은 365일 24시간 개방되는 요요기공원에서 매우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젊은 주부들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가 하면 유치원생들이 교사의 지도 아래 공원에서 맘껏 뛰어놀고 연인들이 나무 아래에서 편안하게 팔베개를 하고 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악기 연습을 하는 청소년들과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는 사진 동호인들은 단골이다. 넓은 잔디밭에서는 청소년들이 모여 스키캠프를 열기도 한다. 겨울에는 스키장에 가서 연습을 하지만 평소에는 이곳 요요기공원에서 체력훈련과 자세 연습을 하고 있는 것. 요요기공원에는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특히 많다. 공원 내에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자전거센터를 설치해 누구든 손쉽게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아용 자전거도로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다. 공원 한쪽에 마련된 도그런에는 사전에 검사 및 등록된 애완견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공원관리사무소는 지난 2007년 애완견을 풀어놓을 수 있는 도그런을 설치하고 검사 및 등록된 애완견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곳이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열린 것은 1967년 10월. 1964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으로 활용됐던 이곳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도쿄시민의 휴식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개원 이후 40년이 넘으면서 수목들도 울창하게 자라 마치 산속에 들어온 느낌까지 들 정도다. 54만500㎡ 규모의 요요기공원에는 1만그루가 넘는 큰 나무들이 넉넉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1만2,000그루의 작은 나무도 공원 내 곳곳을 푸른 숲으로 만들고 있다. 주말에는 요요기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더욱 많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1일 5만명 이상이 요요기공원을 찾는다. 특히 외국 대사관, 시민단체 등이 요요기공원 공연장에서 마련하는 각종 축제에 대한 인기가 높아 축제 때는 더욱 많은 시민들이 방문한다. 매년 5월 셋째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고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태국페스티벌은 230만명이 찾을 정도다. 도쿄도공원협회 요요기공원 서비스센터의 가나우치 다카유키(33)씨는 "요요기공원 도시숲은 도쿄 지역 숲 중 가장 울창한 곳으로 시민들이 잘 이용하도록 하는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도시 속 울창한 숲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카 시민의 숲=오사카시민들은 시간이 나면 오사카성 동남쪽에 있는 커다란 숲을 찾는다. 오사카시는 이곳을 '시민의 숲'으로 명명해놓고 있다. 오사카의 심벌 오사카성 주변에 있다 보니 시민들은 시민의 숲에서 건강을 챙기고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 외에 오사카성을 돌아보며 자부심을 갖게 된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숲을 걷기 또는 달리기 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또 사진 촬영, 악기 연주, 기공훈련, 댄스 연습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는 시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자전거를 즐기는 시민들도 줄을 잇는다. 오사카성 공원관리사무소 측은 "오사카공원 내에는 시민의 숲을 비롯해 넓은 잔디밭 등 시민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휴식공간이 있다"며 "시민의 숲 인근에 지하철이 있어 오사카시 어디서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시는 또한 도시 근교의 숲을 '오사카 시민의 숲'으로 지정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산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 시민의 숲은 주로 등산 및 캠핑 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도시숲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본 기획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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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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