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21일] 럼퍼드 백작


미국과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을 오간 간첩이며 군인ㆍ행정가. 열역학의 기초를 닦은 과학자. 럼퍼드 백작의 이력이다. 1753년 매사추세츠 럼퍼드 태생의 가난한 소년 벤저민 톰프슨의 출세 배경은 ‘돈 많고 명 짧은 과부’와의 만남. 주경야독하며 홀로 과학지식을 익힌 19살 미남 청년은 14살 연상인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 재산가로 떠오르고 민병대 소령계급을 얻었다. 독립군 정황을 염탐하다 발각돼 영국으로 도망친 후에는 전공을 부풀려 대령으로 승진했다. 27살에는 화약 성능실험의 공으로 왕립협회 회원으로 뽑혔다. 승승장구하다 프랑스 간첩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자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미국으로 내뺐다. 종전 후 영국에 돌아온 톰프슨 대령의 다음 행보는 바이에른 제후국. 영국은 그에게 기사 칭호를 주면서도 다중간첩으로 여겨 사실상 쫓아냈다. 독일에서 장군 직위를 받고는 군을 개혁하고 식량난과 도시빈민문제를 해결해 신성로마제국의 백작 작위를 따냈다. ‘럼퍼드의 대포 실험’을 통해 통념이던 ‘열의 물질성’을 뒤엎고 열 에너지 학설을 발표한 것도 이 무렵이다.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설립을 제안한 사람도 럼퍼드다. 전력이 들통나 초대교장 취임이 무산된 후의 행선지 파리에서 그는 다시금 부자 과부와 결혼한다. 상대는 단두대에 희생된 화학자 라부지아에의 미망인. 말년의 그는 하버드대에 전재산을 바쳤다. 명예교수 자리를 받는 조건으로. 비록 고향인 럼퍼드 주민들은 반역의 흔적을 지우려고 마을 이름을 콩코드로 바꿨지만 그의 이름은 하버드대 럼퍼드 석좌교수직과 영국 과학학술원의 럼퍼드상, 달의 ‘럼퍼드 분화구’에 살아 있다. 1814년 8월21일, 61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친 그는 반역자일까. 국경을 초월했던 천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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