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대금에 대한 원화결제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선주사가 원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기존 관행에 맞춰 달러로 수주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에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가 계열사를 통해 상당 규모의 원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 먼저 원화결제를 제의했다고 한다. 이번 계약의 파트너인 노르웨이 선주사는 세계적인 오일메이저인 BP에 소속된 기업. 아시아에 다수의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국내 기업과의 거래가 잦은 BP의 입장에서 원화보유분에 대한 헤지 부담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거래는 세계 조선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도 크게 작용했다.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둔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을 선택해 수주할 수 있는 공급자 우위의 셀링파워(selling power)를 확보해놓고 있었던 것.
삼성중공업 국제금융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우량기업인 오일메이저들은 국내 기업과 거래가 많아 원화보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원화결제를 시도했다”며 “선주사 입장에서도 흔쾌히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