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권력이동 국회] 국회선진화법 무기 쥔 야권, 민생법안도 발목잡기 일쑤

'전부 아니면 전무'식 대결에 野 동의없인 법안처리 못해

"식물국회 개선" 여론 고조

새누리당은 지난 1월30일 '국회선진화법'을 '국회의원의 심의·의결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국회가 파행되거나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4월 총선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자 황우여 원내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법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자충수'로도 평가 받는다. 새누리당이 '자충수'를 인정하면서까지 권한쟁의심판을 한 이유는 정치·경제 등 국정 전반을 주도해야 할 정부여당이 야당의 반대에 막혀 무엇하나 동력을 갖고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화법에서는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쟁점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영호남 지역 구도가 굳어진 한국 정치지형에서 다수당이 5분의3 이상의 국회의원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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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세월호특별법 재정 당시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모든 비쟁점법안들을 잡아뒀다. 심지어 당시 본희의에 계류됐던 법안의 70%는 야당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과 직접 연계된 법안은 몇 개 없다"며 처리 지연 배경에 대해 설명했지만 여권과 민심은 "세월호법 때문에 모든 민생법안을 볼모로 발목을 잡는다"며 매섭게 비판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싸고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의 법안처리 행태가 지속되면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고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까지 갈아치워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선진화법 내에서는 여야가 각각 밀고 있는 핵심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법안 간 '패키지 딜'이 성행하다 보니 법안의 취지나 목적보다도 당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질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2+2' 등 지도부가 쟁점 법안의 처리를 좌지우지하면서 상임위원회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김영란법'은 여야 지도부의 공감대가 형성되자 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신속하게 통과시켰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정무위 야당 간사와 야당 법사위 위원장 간 대결의 형태로 변질됐다.

그럼에도 선진화법은 시행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효율성과 폐해를 서둘러 진단하기에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매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졌던 몸싸움은 사라졌고 소수당인 야당이 존중받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 야당이 선진화법을 '패키지 딜'이나 '법안 발목 잡기'의 기능으로만 쓰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우리 당이 선진화법을 무기로 국정 운영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정부여당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쟁점법안까지 볼모로 잡는 모습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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