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미국에 묻는다… 지역안보의 적이 누구인지

반성 없는 일본 팽창은 악몽<br>미·일 밀월은 지역 평화 저해<br>중ㆍ러 군사관계 강화 우려도<br>한국 단호한 입장 이해해야<br>美 대일군사협력 신중하기를


미국만 모르는 셈법이 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흔드는 세력이 누구인지 미국만 모른다. 눈앞의 말썽꾼은 북한이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북핵보다 심각한 잠재적 위협이 고개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팽창과 군사적 대국화 움직임, 극우보수화야말로 한국 동란 이후 60년간 이어진 동북아 평화의 최대 적이다.

고비 때마다 말썽 부리는 북한은 고립무원 상태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중국과 러시아마저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6자회담이든 북중 간 협의든 북핵을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도 있다. 반면 일본의 팽창은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일본은 아랑곳없다. 든든한 후견인의 존재 때문이다. 미국은 대놓고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팽창 정책에 우려를 보내는 주변국의 입장을 미국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만약 독일이 2차대전과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과오를 반성하지 않은 채 프랑스와 영국 등의 반대에도 적극적인 재군비에 나선다고 가정하자. 미국은 그런 독일을 묵인 내지는 지지할 수 있을까. 작금의 일본은 가상 속의 독일보다 더 컴컴한 길을 걷고 있다. 독일만큼 철저하게 과거사를 정리하기는커녕 미화하고 자신들로 불편해진 한일, 중일 관계의 책임을 오히려 남에게 돌리는 게 일본이다.


일본의 극우보수신문인 산케이는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집요한 비난'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요설(妖說)을 펼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에게 일본 지도자들의 역사ㆍ영토 발언을 비판한 데 대해 '헤이글 장관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고 끄적거렸다. 정말 귀를 의심케 한다. 미국 국방장관이 이래라 하면 한국 대통령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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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산케이 사설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다른 데 있다. 산케이는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일 자세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내부용이라고 분석했는데 부분적으로 정확하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침략을 미화하며 영토분쟁까지 야기하는 일본과 화해하려는 지도자는 정파를 막론하고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한국의 민의(民意)가 못마땅할지 모르겠으나 그 원인 제공자가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다소 곤혹스럽다. 미국과 다른 입장에 선다는 게 부담이다. 개번 매코맥이 '종속국가 일본'을 통해 미국에 예속적인 일본을 지적한 것 이상으로 한국은 대미 의존도가 높고 군사적 동맹으로 결합돼 있기에 미국의 대외정책을 거스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게 바로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이다. 미국과의 동맹이 아무리 중요해도 침략과 수탈을 미화하는 일본과 같은 편에 선다는 것은 자기부정이기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은 미국에도 도움이 안된다. 중국을 자극해 군사력 강화를 부추기고 중국ㆍ러시아 간 밀월을 부를 수도 있다. 중러 간 군사협력 강화는 미국의 국방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는 내후년인 2015년에 열릴 2차대전 승전 70주년 행사를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이를 두고 두 나라가 일본과의 영토분쟁에 공동 대응할까 우려하지만 동북아 정세의 변화까지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내세운 공동행사의 명분인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이라는 명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최근 행보가 바로 독일 파시즘과 결합했던 군국주의 시절과 너무도 빼닮았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혈맹이다. 중국과의 교역이 아무리 늘어나도 대미관계가 언제나 최우선이지만 아무리 혈맹의 권고라도 침략을 반성하지 않는 잠재적 침략자와 화해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당장의 곤궁을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주사위를 던지지 마시라. 부끄럽고 더러운 과거를 감춘 채 날뛰는 일본은 문명국의 자격조차 없다. 동시에 동북아 안보의 최대 적이다. 한국이 체험으로 습득한 이 사실을 미국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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