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단체수계 폐지' 합리적 해결을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진출로 영세 소상공인들이 살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데 정부가 한 일이 도대체 뭡니까. 재래시장 육성책이랍시고 내놓고 뒷북만 치고 있지 않습니까. 단체수계 폐지로 300만 중소기업들이 다 죽고 나면 그때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요.” (A조합 이사장) 이미 정부 당국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되돌릴 수 없다고 다들 알고 있는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를 2개월여 앞두고 이 제도의 폐지를 늦추자는 운동이 중소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14일 가칭 ‘단체수의계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결성되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지난 13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단체수의계약제도 3년 유예를 위한 중소기업인 결의대회’에 이어 입법 청원, 탄원서 제출, 전국 규모의 궐기 대회 추진 등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 65년 도입된 단체수계는 영세 중소기업의 판로확보와 협동조합의 재정확보에 기여해왔으나 2004년 12월31일 법률개정을 통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07년 1월부터 완전 폐지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여건은 이 제도 폐지에 따른 새로운 환경을 소화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단체수의계약 품목 지정에서 폐지돼 경쟁입찰에 참여하게 된 피복조합의 경우 회원사의 70%가 공장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조합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단체수계를 대체하게 될 이른바 ‘신공공구매제도’에는 조합도 조합사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업계 입장을 반영한 흔적은 엿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제도의 내용을 모르고 있는 데다 공공기관들도 새로운 구매 체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제도 폐지를 3년 늦추고 두 제도를 병행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업체들은 자생력을 갖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정부 당국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함으로써 ‘연착륙(soft landing)’을 하자는 논리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개성공단 사업이 불투명해지고 경영 여건도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북한이야 핵을 무기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지만 중소기업들은 ‘핵’이란 무기(?)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이미 결정된 정책 방향을 뒤집을 수는 없지만 정부 당국과 업계가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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