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꼭 한 번씩 겪는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다. 아버지의 사랑은 서툴고 뭉툭하기에 자식들과는 늘상 어긋난다. 무뚝뚝한 얼굴 뒤에 사랑이 있다는 걸 자식들이 깨닫는 건 늘 한발 늦은 터. 아버지의 죽음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다큐멘터리 ‘MBC 스페셜’은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기획 ‘아버지의 선물’ 편을 13일 오후 11시 40분 방송한다. 방송에선 아버지를 잃은 아들들이 기억해 내는 추억과 함께 너무 늦게 깨달은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을 얘기한다. 지난 2월 아버지와 사별한 창섭(26)씨.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닥친 아버지의 죽음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당장은 슬픔으로 다가오고, 그 다음은 아버지를 대신해 현실의 짐을 짊어져야 한다. ‘무섭고 외롭다’는 창섭씨는 이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등을 가족을 향해 돌려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 최경환(36) 선수. 그가 사용하는 모든 야구용품엔 ‘1210’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다. 12월 10일은 최경환의 아버지가 숨을 거둔 날. “아버지를 평생 마음에 담고 잊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팔뚝에도 ‘1210’이라는 문신을 새겼다. 그가 말하는 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주고 가신 분. 아버지를 잃고 홀로 서는 건 너무 두렵고 힘들었다고 그는 담담히 고백한다.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인 홍흥기(47)씨는 교도소에서 진행되는 아버지학교에 참가하고 있다. 사업을 부도내고 철창 신세를 지게 됐지만 아버지는 매번 면회를 와서 ‘모든 게 내 잘못이다’라고만 말했다. 그런 아버지를 대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는 흥기씨. 이제 그는 출소 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다. 제작진은 “아버지의 죽음은 허전함과 그리움만이 아닌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갖게 된다”며 “프로그램이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