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하우징 페어] 단독주택 지으려면

철저한 사전조사·믿을만한 시공사 선정 필수<br>박람회 참가·동호회 활용<br>자재·설계·시공과정 등<br>많이 보고 배워 준비해야

판교동 주택은 실내에서 마당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동남쪽과 서쪽,북쪽 등 3곳에 66㎡ 남짓한 마당이 조성됐다.

차고와 거실과의 단 차이를 활용해 차고 바로 위에 설치된 중간방은 한옥스타일로 설계돼 다실로 이용된다.

경부고속도로 판교IC를 빠져나가 낙생고교와 너더리육교 인근에 들어서면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단지가 나타난다. 판교동 11블록의 '낙생 원마을'이다. 구획된 단독주택용지 총 80여필지 중 현재 30여가구가 들어선 상태로, 여기 저기서 집 짓기가 한창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모씨(50)와 아내 김모씨(47)의 보금자리도 이곳에 있다. 대지면적 290.9㎡(88평), 연면적 271.1㎡(82평)의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이씨 부부는 2007년 땅을 매입한 뒤 2009년 9월 공사를 시작, 이듬해 2월 완공했다. 입주한 2010년 10월은 때마침 부부가 결혼한 지 꼭 19주년이 되는 달이었다. 김씨는 "신혼 초부터 꿈꾸던 단독주택을 직접 설계하고 지으면서 너무 행복했다"면서 "2층 테라스에서 개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고 사시사철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사는 생활에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커풀인 이씨 부부는 1991년 결혼한 뒤 경기도 의양시 인덕원의 23평짜리 전세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주말이면 함께 관악산을 올랐다. 정상에서 과천시를 내려다보면서 빽빽한 아파트 숲 가운데 자리잡은 단독주택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부부는 나중에 돈을 모으면 단독주택을 짓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꿈은 쉬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듬해 이사간 안양시 비산동 아파트가 재개발에 들어가자 부부는 1994년 산본신도시의 28평형 아파트를 1억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분양받았다. 그곳에서 7년을 살았다. 두 아들이 성장하면서 더 넓은 집으로 옮겨야 했고, 분양받은 아파트를 판 돈으로 수원시 장안구의 37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두 아들이 10대가 되면서 37평 아파트도 좁게 느껴졌다. 이씨 부부는 40~50평형대로 집을 넓혀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울 용산구와 광진구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청약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분당과 용인의 타운하우스도 둘러봤다. 주상복합은 왠지 좁아보이고 답답하게 느껴졌고, 타운하우스는 너무 비싸거나 입지가 나빴다. 차라리 같은 값이면 단독주택을 짓자고 결심하고 때마침 토지를 분양하던 판교신도시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판교 택지 분양에 청약했지만 떨어져 결국 약간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협의자택지를 7억4,000만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땅을 매입한 뒤 실제 착공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마음에 드는 집을 짓기 위해 건축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건축박람회를 다니면서 자재를 익히고 단독주택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설계와 시공과정도 배웠다. 시공사는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 계열사를 선택했다. 건축비는 3.3㎡당 750만원, 약 6억원 가량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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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집을 지으면서 신경을 쓴 것은 크게 세가지. 먼저 집에서 마당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엌과 거실 창문이 나 있는 동쪽에 10평 남짓한 정원을 비롯해 서쪽과 북쪽 등 총 3곳에 걸쳐 20평 가량의 마당이 배치됐다. 두번째는 실내 주차공간 확보다. 외부 주차가 가능하지만 눈이나 비가 올 경우 자동차를 실내에 둘 수 있도록 차고를 마련했다. 차고와 거실 사이의 단(段) 차이를 이용해 차고 위에 다실(茶室)로 사용하는 중간방을 넣었고, 중간방 위는 자연스레 다락방으로 설계됐다.

마지막으로 주방 공간을 넓게 설계했다. 이 집의 1층은 거실과 주방(다용도실 포함)으로만 구성됐는데, 주방과 다이닝룸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김씨는 "가족들이 식사하거나 TV 시청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넓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혼 때부터 로망이던 단독주택을 직접 지어 입주한 이씨 부부는 지금의 생활에 대만족이다. 특히 자연과 가까이서 호흡하며 사는 것이 단독주택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라고 했다. 김씨는"정기적으로 잔디도 깎아야 하고 눈도 치워야 하지만 나름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을 짓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이씨 부부가 경험자로서 들려줄 수 있는 조언을 구했다. 부부는 "많이 보고 배워서 지어야 하고 믿을만한 시공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도 집을 짓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14억원 가까이 들어간 집이지만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이어서 투자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김씨의 대답은 이랬다.

"단독주택도 지역과 입지 나름이죠. 서판교는 교통이 좋아 투자가치도 뛰어납니다. 땅값만 분양 당시보다 3.3㎡당 수백만원이 올랐잖아요. 투자가치만을 보고 이 곳에 단독주택을 지은 것은 아니지만 밑지는 투자는 절대 아니에요. 가족이 마음 놓고 살 수 있으니 뭘 더 바라겠어요. 늙어서 관리하기 힘들더라도 이 곳에서 오래오래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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