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고날 때마다 경영진 문책 들먹이는 금융당국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금융회사에서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최근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데 대해 경영진의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경고 차원이다. 개인정보 유출에다 대출 사기사건, 허위증명서 발급, 고객 돈 횡령 등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고들이 연이어 터져나오니 금융당국으로서도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대형 사고들이 일어난 데는 물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책임이 큰 게 사실이다. 최 원장의 지적대로 경영진과 감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신뢰를 잃거나 실적만 우선시하면서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무관심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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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과 함께 자체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금감원의 연례행사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쯤 되면 금융사고가 오로지 금융사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감원의 책임은 없느냐는 것이다. 최근 대형 사고가 난 금융기관 경영진이 대부분 낙하산이라는 사실은 당국의 책임도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금감원 스스로도 이런 점에서는 마냥 자유롭지 않다. 최근의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과정에는 금감원 팀장까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회사에 감사를 보내지 않겠다던 3년 전의 자정(自淨) 선언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10여명의 퇴직간부들을 금융회사로 내보내면서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금융회사에서 비리나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금융당국이 경영진 엄중문책을 거론하다가 슬그머니 가벼운 징계로 꼬리를 내린 과거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최 원장은 금융감독원을 '금융의 파수꾼'으로 소개하고 있다. 작전 실패보다 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바로 경계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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