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400여개의 산이 더 남았습니다.” 국내에 있는 산 2,115개를 등정해 오는 29일 산악 동호회인 호남 지리 탐사회, 전북 산사랑회 등에서 감사패를 받는 김정길(59ㆍ사진)씨는 자신의 산에 대한 애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현재 남한 지역의 산은 대략 7,000여개. 이중 ‘뒷동산’ 규모의 작은 산과 군부대가 관할하는 산, 등산로가 없거나 등산이 불가능한 산을 제외하면 약 2,500개 정도의 산이 남는다. 2,500개 산을 모두 오를 생각인 김씨는 지금까지 전국 주요 산의 5분의4를 정복한 셈이다. 그가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약 10여년 전. 전남 담양 출신인 김씨는 경기도의원에 3번이나 출마하는 등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결국 염증을 느끼고 산에 정(情)을 붙이기 시작했다. 6년 전부터는 자신의 15인승 승합차를 숙식이 가능하게 개조, 전국을 돌며 산을 오르고 있다. 산에 오른 수만큼 그가 남긴 기록도 많다. 김씨는 산에 오를 때마다 산의 주요 등산로와 특징 등 각종 정보를 남기고 이를 일기와 메모 형태로 보관해왔다. 그 양만 해도 라면상자 5박스 분량. 김씨는 “아직 오르지 못한 산들을 마저 오르고 싶고 산행기록들을 모아 책을 펴내고 싶다”며 “산행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을 한층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