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전세계 영화제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6월 ‘괴물’이 칸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적 호평을 받은 데 이어 각국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선전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토론토 영화제에서는 무려 5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돼 각각의 영화가 모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 김기덕 감독의 ‘시간’,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등 이미 해외 영화계에서 인정받아온 작가주의 감독들의 작품뿐 아니라 ‘괴물’ ‘왕의 남자’ 등 국내 흥행작까지 망라돼 마치 한국영화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기분까지 든다. 이제 적어도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만큼은 한국영화가 귀한 손님이다.
하지만 영화제가 아닌 일반 극장에서의 흥행 문제로 시선을 옮기면 한국영화가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2일 일본에서 개봉한 괴물이 첫주 흥행성적 7위를 기록했을 뿐 그 외의 영화들이 해외 흥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는 한국영화가 국내 관객의 정서를 잡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아직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만한 보편성을 확보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영화는 국내 관객들에게만 익숙한 웃음코드와 감동코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괴물’조차 봉준호 감독이 “외국 관객들은 영화의 재미를 50%밖에 못 느낄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물론 한국영화를 한국 관객의 취향에 맞춰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영화계가 세계인이 받아들일 만한 보편적 취향의 영화를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못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영화제작을 준비 중인 한 영화인이 “할리우드에서 받아들일 만한 감각을 가진 한국 영화인을 찾기가 참 힘들다”고 토로한 것이 이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한국영화가 국제시장에서 좀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제감각을 가진 인력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국제적 흥행코드를 읽을 줄 아는 눈과 전세계 영화인과 유연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가진 감독ㆍ작가ㆍ프로듀서군이 있어야만 ‘수출상품으로서의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 말은 그동안 ‘작품 자체’에만 집중했던 우리 영화계가 반드시 귀담아들어야 할 말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