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탐 카세미 이란 석유장관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유럽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수출제한 조치는 이란에 적대적인 국가들에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의 이번 성명은 이르면 이달부터 석유수출을 전면 중단하겠다던 의회의 강경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어느 나라가 '적대국'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비춰볼 때 이란이 영국과 독일ㆍ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EU 국가에 석유수출 판로를 계속 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온 이란이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 것은 하루 60만배럴을 수입하는 최대 고객인 유럽을 잃을 경우 당장 달러나 유로 등 외환을 조달할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에 부정적인 중국이나 인도마저 달러 대신 자국화폐로 수입대금을 결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란에는 악재다.
다만 이란은 핵 개발을 철회할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카세미 장관은 "설령 단 한 방울의 석유를 팔지 못하더라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