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量확보서 수요관리 중심 정책을"물값 현실화·광역-지역상수도 통합급수 체제로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시리즈 '물은 경쟁력이다' 1부의 마지막 순서로 물관리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물문제의 현황과 정책상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고, 효율적인 물관리 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의 물관리정책이 수량확보 우선에서 수질관리와의 병행으로, 하천관리에서 유역관리로, 개별적인 물관리에서 통합관리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질관리 측면에서는 별도의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오염원의 발생지점에서 즉각적으로 정화하는 신속처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울러 우리나라도 물부족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경친화적인 중소규모의 댐 건설로 충분한 물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좌담은 심명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 심명필 교수=현재 80개국에서 전세계 인구의 40%가 먹는 물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UN에서는 우리나라를 이미 '물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 윤서성 원장=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83mm로 세계 평균치와 비교해 보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1인당 강수량은 2,705톤으로 세계평균의 10%에 불과합니다.
특히 연간 이용가능량 731억톤의 물 중에서 실제이용량은 331억톤으로 이용률이 이미 45%에 달하는 '물스트레스 국가'(이용 가능한 물재고량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수계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수급이 불균형을 이룰 경우 부분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심 교수=올해 건설교통부에서 세운 수자원장기종합계획(Water Vision 2020)에 의하면 수요관리 정책을 감안해도 앞으로 10년 뒤인 2011년에는 18억톤의 물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장래의 물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인 수요관리와 병행해 깨끗한 수자원의 확보가 시급합니다.
▲ 이문규 부사장=이번 계획은 각 부처 및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수요관리 부문을 고려한 것이 특징입니다. 수요관리를 통해 22억톤을 절약하고 현재의 11개 다목적 댐과 다수의 농업용 저수지 및 건설중인 댐을 고려해도 10년후 심각한 물부족 현상이 우려됩니다.
댐의 연계운영으로 6억~7억톤 정도는 공급능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만 11억톤은 신규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12개댐 건설 계획은 평균 저수용량이 5,000만톤 정도의 중소형 댐으로 현재 주민의견 수렴과정에 있어 다음달 중에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 밖에 지하수를 이용하는 지하댐 건설과 강변여과수 이용, 기존 댐의 연계운영 등 다양한 수량확보책이 필요합니다.
▲ 윤 원장=지금까지의 수자원정책은 수량확보 중심이었습니다만 앞으로는 수요관리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댐 건설 적지가 부족해 충분한 수량확보가 어렵고 댐 건설에 소요되는 재원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민 보상비가 건설비용의 80%에 이르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날로 높아갑니다. 물소비 행태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수요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세계적인 석학들의 의견입니다.
우선 원가의 50~70%에 그치고 있는 물값을 현실화해 국민들의 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시설 개수에 투자해야 합니다.
둘째, 대대적인 물절약 운동과 함께 쓰고 난 물을 재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위시설이나 건물에 한정된 중수도 시설을 지역단위로 개편하는 노력과 함께 화장실 등에 대한 정수기기 보급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현재 연간 9억톤의 물이 버려지고 있는데 대대적인 노후관 개체로 14.8%의 누수율을 장기적으로 일본수준인 8% 정도로 줄여야 합니다.
▲ 심 교수=지난 6월에는 90년이래 최악의 가뭄이, 7월에는 37년만의 폭우가 발생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균형되고 안정된 물공급이 미흡합니다. 특히 갈수기에는 전국적으로 하천이 건천화되고 있습니다.
▲ 이 부사장=앞으로 광역상수도를 지역상수도와 연결시켜 지역별 편차를 줄인다는 목표로 2005년까지 12개 광역급수체계를 만들 계획입니다.
또 다목적 댐을 할용해 지역간 물이동이 가능토록 하는 안정적인 물공급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하천 유지용수의 확보와 관련해서는 일본처럼 하천 계곡에 다단계식 소규모 댐을 건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생태계 유지용수를 공급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중국도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근방의 건천화를 해결하기 위해 한강을 환경정비의 모델사례로 삼아 최근 합작투자를 제의해 와 현재 정부와 협조아래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윤 원장=하천 건천화의 원인증 하나가 대규모 하수처리장 건설입니다. 따라서 소규모 하수처리장으로 전환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합니다. 농약, 비료 등도 적정량만 사용하고 중금속물질이나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이를 하수구에 버리지 않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감기약 등 간단한 약품 등도 수질 위협 요소입니다. 도시계획이나 가옥건축 때도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아닌 물을 함유하는 기능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해 빗물이 땅에 흡수됐다가 서서히 하천으로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 심 교수=최근 정부에서는 맑은 물 확보를 위해 향후 10년간 매년 10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해 깨끗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 하천 195개 구간에 대해 수질환경기준 달성률이 점차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지난 99년 기준 29.9%로 아직 미흡한 실정이며, 도시 인근의 개발로 공장페수나 생활하수 등의 점오염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 윤 원장=맑은 물 공급을 위해 정부는 지난 10년간 15조원 이상을 투입해 왔습니다. 수질은 수량에 비례하고 오염부하량에 반비례하므로 수량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오염부하량을 줄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오염배출원을 타이트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수원함양 효과가 높은 산림육성으로 산림정책을 전환하고 농업에서는 화학비료나 농약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농업경영이 확산돼야 합니다.
하수시설도 대규모 시설보다는 현지에서 발생한 것은 현지에서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소규모 처리시설 확충은 단위경비를 줄이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현재 하수차리율이 56%정도 불과합니다만 선진국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80%까지 올려야 합니다.
▲ 심 교수=인간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하천환경 또는 수환경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최근 이와 관련해 하천관리가 선개념에서 면적개념의 유역통합관리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 윤 원장=하천정비의 경우 최근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연형 하천정비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환경적으로 내륙에 아파트나 공단을 짓는 것은 수환경 조성에 간접적인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하천의 수질만이 아니고 유역에서 1~2km까지 고려하는 개발이 이뤄져야 하고 권역별 수자원 정보를 갖춰 다양한 수림대를 조성한다든지 지하수와 지표수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농업용 저수지와 다목점댐과의 연계성을 유의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합니다.
▲ 이 부사장=당연히 하천관리는 통합관리돼야 합니다만 현재 물관리가 다원화돼 있는 실정입니다. 최적 물관리를 위해서는 정확한 수자원 실태조사와 함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수자원공사에서는 다목적댐과 수력발전댐 등을 연계해서 수자원을 최적 관리하고 물관리 종합센터를 두고 수질ㆍ수량관리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4년까지 190억원을 투자, 강의 상하류를 하나로 통합관리해서 수질저하를 막고 하천생태계를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심 교수=최근 지역간 물분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상하류간 및 지역간에 발생하는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리권에 관한 명확한 원칙이 정립되어야 합니다만 우리는 아직 지방자치 단체간의 상호협력체제가 정착되지 못한 관계로 각종 유형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중앙정부와의 마찰도 종종 야기되고 있습니다.
▲ 윤 원장=물과 관련한 관습상의 수리사용권, 하천법상의 유수점용권, 다목적댐 관렵법 등 세가지 법리가 서로 정립이 안돼 물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간에도 지자체법, 하천법, 환경법중 어느 것을 먼저 적용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우선 명확한 법적 조정순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만 상하류 주민간의 공동체의식 함양과 강은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애정이 필요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상하류 주민간, 지방자치단체간 폭넓은 정보교환과 협상을 통해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적 분쟁조정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 이 부사장=지난해부터 용담댐 취수문제를 둘러싸고 금강상류인 전북권과 하류인 충남,충북,대전권이 팽팽한 대결을 보였으나 수자원공사가 나서 지난 3월 8개 지방자치단체간의 합의로 제3의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기로 했습니다.
용역결과에 따라 용담댐의 취수량과 방류량을 결정하기로 해 지역간 물분쟁 해결의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충남,대전,충북지역에서는 용담댐 상류에서 전주권으로 용수를 보내면 대청댐 수질이 더욱 악화된다고 주장해 건설교통부나 국무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에서도 나서도 조정이 안됐던 문제였습니다.
▲ 심 교수=댐 건설에는 수몰민이 발생하고 환경,생태계의 변화가 우려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댐 건설의 의사결정은 신중하고 치밀한 계획과 충분한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국민 정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댐 계획단계에서부터 수몰지 및 주변지역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환경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 이 부사장=현재 추진중인 댐 건설은 중소 규모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수몰민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함께 일반보상과는 별도로 장학사업이나 소득증대사업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물값이나 연간 수익금의 10% 정도를 주민들의 정착과 소득증대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며 이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일본도 총사업비의 10%정도를 주민복지사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 댐 주변의 환경보호시설을 완벽하게 하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도록 하는 환경친화형 댐을 건설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수변구역은 수상스포츠나 레저쪽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습니다.
▲ 윤 원장='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수몰민 발생과 관련해 경제적인 보상문제와 함께 이주로 인해 특정 지역 사회전체가 일시에 파괴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규모 보다는 소규모 댐 건설이 공동체 파괴를 줄이고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현재 댐건설을 위해서는 23가지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동식물 서식지 훼손문제, 녹지와 생태계 연결축 파괴여부, 유수 정지시 댐내 오염문제, 환경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하류의 물이용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고려되며 사회경제적으로는 양식장 및 농작물 냉해 피해여부, 수몰 등으로 차단되는 교통문제, 자연상태의 경관 및 관광자원의 수몰문제, 수몰민 이주문제 등이 검토됩니다.
▲ 심 교수=지금까지 말씀하신 다양한 수자원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앞으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법령과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부서가 물관리 업무를 분산 관리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대통령 자문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에서 물관리체제 개선방안이 연구중에 있습니다.
1년후 개선 방안이 나오면 물관리시스템상 많은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자원정책에 있어서는 항상 개발과 보전이라는 문제가 조화를 이뤄야 하고 추진과정에서 생기는 갈등도 균형있고 합리적으로 풀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윤서성<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이문규<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심명필<인하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강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