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공짜가 많은 세상

송병준 한국소비자보호원 홍보실장

“○○○부동산인데요. 사장님, 요즈음 마땅한 재테크 수단 찾기가 어려우시죠. ○○ 신시가지 개발예정지구 내에 남아 있는 마지막 투자적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축한다 생각하시고 앞으로 5~10년 정도를 내다보고 투자하시면 적어도 4~5배 차익은 확실합니다.” 그동안 그 흔한 부동산 투기로 돈 한번 벌어보지 못한 주변머리 없는 A씨. 노후 걱정에 밤잠을 설쳐온 것을 생각하니 의심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솔깃했다. 인근에 유명 전자회사와 자동차회사가 각각 수십만평씩의 대규모 공장건립을 예정하고 있는 곳으로 신규 인구유입과 근린시설 등 잠재적인 개발수요가 확실한 지역이라는 상담원의 설명은 너무나 그럴싸 했기 때문이다. 특히 300평ㆍ600평 등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은 목돈이 없는 A씨의 귀를 쫑긋 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말은 투자심리를 노린 사기였다. 또 다른 소비자 피해 유발 사례 하나. “○○○ 고객님이시죠. 축하합니다. ○○신용카드 고객을 상대로 특별 감사 사은행사를 하고 있는데 고객님께서 본 이벤트행사에 당첨이 되셨습니다. 30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공짜로 우송해드리겠습니다. 본인 확인을 위해 필요하니 카드 번호(또는 집주소나 주민등록번호 등)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또한 당첨을 빙자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수법이다. 소비자보호원에 근무하다 보니 이와 같이 투기심리와 공짜심리를 이용해 소비자를 울리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미안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돈의 팔촌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남에게 고급정보를 줄 사람은 없다.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자가 아무런 대가 없이 사은품을 퍼주는 행사를 하겠는가. 이 평범한 진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늘 투기라는 유혹과 공짜라는 함정에 빠지고 만다. 세상에는 다양한 기업과 사람이 존재한다. 살아남기 위해 기술개발에 몰두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기술과 서비스 개발은 뒷전이고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계약을 강제하기 위한 첨단 사기성 판매기법(?) 개발에 열을 올리는 기업도 있다. 속지 않는 것도 합리적인 소비, 알뜰한 소비 못지않게 중요하다. 앞으로 이세상의 소비자 모두가 ‘공짜는 없다’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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