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로만 하는 ‘할 말 하는 企協’

지난 주말 시작된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마치 정치가 우리 삶의 전부인양 어딜 가나 `찬탄, 반탄`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바로 이 시간에도 중소기업들은 원자재난으로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원자재 수급도 문제지만 오른 가격 만큼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약자 처지`인 중소기업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공장만큼은 돌려야 산다는 심정에 애간장이 탄다. 이런 와중에 기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김용구 회장은 “이제 중소기업들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강한 중앙회`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5단체장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회동에서 김 회장이 던진 농담 한 마디가 `강한 중앙회`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탄핵이 처리되던 날) 본회의장 그거는 정치적 고단수 같아요. 다수의 횡포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거 아닙니까? 혹시...” 모두가 웃고 넘겼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썰렁한 농담` 이후 김 회장은 주변에서 “말조심하라”는 충고를 들었는지 최근 공식 자리에서는 말을 대단히 아끼는 모습이다.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 회장은 “말 한 번 잘 못 했다가 괜히 구설수에 휘말린다”며 기자들의 질문에 자주 말꼬리를 흐렸다. 몇 시간 뒤 이어진 산자부 장관 초청 간담회. 그 전날 기협중앙회에서 철강원자재소급 비상대책회의도 열었던 터라 뭔가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잘 정리된 건의자료와 준비된 답변으로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바쁜 국사 일정 중에 기협중앙회까지 방문해 준 산자부 장관에 대한 깍듯한 인사치레와 함께. `강한 중앙회`를 외쳐온 김 회장이지만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기협중앙회인지라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내뱉지 못하는 것인가. 그러나 선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기협중앙회장이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16대 국회나 국민을 위해 복무해야 할 정부 관료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어째 개운치 않다. 시국이 뒤숭숭한 만큼 말조심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할 말도 못 하는 `약한 중앙회`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란다. <정민정 성장기업부 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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