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커지는 韓·美-北·中 '대립각'…일각선 해빙의 온기도

김정일 訪中… 美, 대북 추가제재… 긴박한 한반도<br>北·中 관계 깊어지며 中이 정세 주도<br>韓美, 경제적 압박 통한 비핵화 견지<br>정부, 한미 공조속 인도적 지원 '투트랙'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동북아 정세 주도권을 쥐기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가 또다시 강대국 간 패권 다툼의 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북미 또는 남북 대결 양상 위주였던 한반도 정세가 미중(G2) 차원의 대립구도로 급속히 치환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복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중 정상회담 결과가 전날(30일) 공개되고 미국이 새로운 대북 행정명령 발표를 언급하며 이 같은 대립각이 갈수록 명료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6자회담 재개 추동력을 얻고자 하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천안함 사태 관련 대북제재를 강화해 가려는 한미 간 대립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외교부가 6자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미국을 찾는 등 한반도의 '냉기류' 속에서도 해빙의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북중 밀착, 중(中) 한반도 정세 주도의 '열쇠'=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계기로 북중의 전통적 혈맹관계가 경제 분야 협력으로까지 발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동북아 안보 논의를 포함한 미국과의 패권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중국에는 실리와 명분 모든 면에서 반기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대북 경제지원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나가며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발점이 바로 북핵 6자회담 재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북한 역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고 천안함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는 '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다만 북중의 밀착이 심화될수록 미중 중심으로 세력 균형추가 급속히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근소하나마 중국 우위의 미중(G2) 두 축으로 재편되면 북한 급변사태를 포함한 동북아 질서 재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든 사안이 정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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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제재에 '방점'…정부, 안보논의 배제될까 '고심'=미국은 중국의 영역 확대에 견제의 시선을 보내면서도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북 행정명령에 따른 블랙 리스트를 발표했다. 북중의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과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 등 당(黨)과 군(軍)의 핵심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이 같은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상징적 의미라는 풀이가 나온다.

결국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움직이되 경제적 압박을 통한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게 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6자회담 재개보다는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의 근본적 변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두 가지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명목상 북한의 수해복구를 위한 긴급구호물자라며 '쌀'을 굳이 배제시키고 있지만 이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논의에서 정부가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는 데 따른 조치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고 있다.

미중의 신경전이 한반도 정세 운영과 관련한 전략적 포석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긴장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냉전적 시각은 곤란"=그러나 청와대는 최근 한반도에 북중, 한미 간 대립구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냉전적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김 위원장이 중국에 자주 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중국식 경제발전을 볼 기회가 많아 방중이 북한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중국의 발전상을 직접 보는 것이 향후 북한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기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언론 등에서 며칠간 한국ㆍ미국의 한 축과 북한ㆍ중국의 한 축을 만들어 대결ㆍ냉전 국면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런 쪽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현 국제상황을 너무 이분법적으로만 보고 복잡한 관계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청와대는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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