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퀸'서 엘리자베스 2세 역할 헬렌 미렌 인터뷰

"잘 알려지지 않은 여왕의 인간미 표현하려 애썼죠"


영화 '퀸'에서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역으로 올해 오스카 주연상을 탄 헬렌 미렌(61)이 얼마 전 실제 여왕의 만찬 초청을 미국에서의 영화 촬영을 이유로 거절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찰스 왕세자로부터 '데임 (Dame) '이라는 칭호까지 수여 받은 미렌의 이 같은 거절이 얼마전 그를 인터뷰했던 필자에게는 어찌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로 여겨졌다. 미렌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서민적 기질을 강조하며 군주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을 표명했기 때문. 그녀는 계급과 귀족 사회를 좋아하지 않는 다며 자신은 단지 '성품의 귀족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여왕역 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내가 한 역 중 가장 두렵고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여왕은 전세계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어서 단순히 겉만 흉내 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영국 사람들은 여왕과 강렬한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역은 정말로 쉽지 않은 것이었다. -각본을 읽었을 때 즉시 여왕역을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엘리자베스 2세는 늘 자기통제와 책임감ㆍ의무감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여왕의 이런 점외 인간적인 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과거 여왕을 폴로경기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때 본 여왕은 매력적이지만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여왕이 아니었다. 그의 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그 다른 사람을 표현해 여왕을 하나의 완전한 사람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여왕역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여왕이 나오는 필름과 여왕에 관해 쓴 책을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 봤다. 그리고 여왕의 초상화들도 많이 보고 연구했다. 사람들은 여왕이 냉정하고 속을 억누르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건 터무니 없는 소리다. 여왕은 매우 인자한 사람이다. -이 영화 뿐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도 고상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귀족 가문출신이어서 그런가. ▦내 증조모는 러시아 귀족이었지만 나의 나머지 반은 영국 서민에 뿌리를 두었다. 내가 중요히 생각하는 것은 성격의 귀족성이다. 여왕은 바로 이런 성질을 갖고 있다. 그것은 그의 성장과 관계가 있다기보다 본연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왕이 영화에서처럼 직접 차를 운전하는 것이 사실인가. ▦운전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정비도 할 줄 안다. 여왕은 그런 기술을 2차대전 때 자동차 정비공 훈련을 통해 배웠다. -다이애나 사후 당신은 영국왕실의 문제 처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나. ▦사건이 났을 때 난 그에 관해 아무 견해도 없었다. 그 때 난 미국에 있어 제3자의 눈으로 사건과 왕실의 대책을 보는 식이었다. 왕실이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선 나는 특별한 주장이 없었다. 그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왕실은 잘못을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조언에 따라 왕실은 결국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왕이 다이애나의 사망에 관해 뒤늦게 느낌을 발표한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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