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21일] 조직에 활력 주는 순환회장제

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 유능하고 소통도 능하던 사람이 더 높은 자리로 옮긴 후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황당한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이 입증될 때까지 승진을 하게 된다는 ‘피터의 법칙’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만들어졌다. 그에 비해 본인은 조직의 수장이 된 후 변함없이 예전처럼 수완을 발휘하는데도 불구하고 새 자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다. 미국 대기업에서 있었던 실화다. 새로 취임하게 된 회장이 50여 명의 간부들과 첫 대면을 하는 자리에 파란색 셔츠를 입고 갔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다음 번 회의 때 회장이 흰 셔츠를 입고 갔더니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색깔 있는 셔츠를 입고 있어 놀랐다고 한다. 아무도 복장에 대해 이야기한 적 없어도 모두 수장의 행동을 지켜보고 따라 한 것이다. 로마시대 퍼레이드를 펼치는 개선장군의 마차에 ‘메멘토모리(죽음을 잊지 마라)’라고 속삭이는 노예를 동승시킬 만큼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성공에 수반되는 오만에 인의 장막이 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지금도 주위에는 많은 경영자들이 직급간 갭을 좁히기 위해 임직원들과 주기적으로 등산을 하던지 임직원들과의 회식 때는 스스로를 웃음거리의 소재로 올리고 있다. 우리회사에서는 독선을 막기 위해 예전부터 CEO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현황과 주요 의사결정을 설명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비이장목(飛耳長目·여러 가지 정보를 모아 사물을 명확하게 판단)’의 창구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사안에 따라서는 무기명으로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 실제 유용하게 활용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그 제안자가 누구인지 색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은 후로는 건수가 줄어 들었다. 그래서 ‘저격수제도’를 도입해봤다. 회의 시 한 사람을 지명해 그날 회의에서 나오는 이슈들에 대해 무조건 딴죽 거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유능한 저격수가 되려면 회사의 다양한 업무에 정통해야만 하는데 정작 그럴 사람이 별로 없다는 문제점이 부각됐다. 임원으로 하여금 회사의 큰 그림을 보게 하기 위해 이번에는 ‘순환회장제’를 도입해 보았다. 무작위로 임원 한 사람을 회장으로 선출해 회의 자료를 1주일 전에 제공했다. 그는 회의 주재 시 모든 부서를 상대로 질문하고 평가를 해야 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어색해 하며 기대한 효과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예상외로 예리하고 좋은 지적을 하는 ‘회장’이 탄생해 기대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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