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지표가 휘청거리면서 가뜩이나 불안했던 하반기 중국 경제전망이 우울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경제는 수입감소가 수출감소를 압도하며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가 한층 짙어진 양상을 보였다. 불황형 흑자 지속은 수입감소→제조업 생산감소→수출감소→내수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경기침체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여기에 높아지는 체감물가도 경제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9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지난 7월 중국 수출액이 전년동월 대비 8.9% 감소한 1조9,000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수입액도 9,302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8.6% 줄었다. 수출 감소폭은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보다 1%포인트 더 하락해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무역흑자는 10% 감소한 2,630억위안을 기록하며 불황형 흑자를 이어갔다.
올 1~7월 누적 무역총액도 수입이 대폭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7월까지 중국의 누적 수출액은 전년 대비 0.9%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14.6%나 줄었다. 유럽연합(EU)·일본과의 무역액이 각각 7.6%, 11.1% 줄어들어 감소폭이 컸고 한국과의 무역액도 5% 줄었다. 그나마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무역규모는 2.7%와 1.3% 늘었다. 류리강 ANZ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강세가 수출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 정부의 수출목표치인 6%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이한 점은 원유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1~7월 원유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늘어난 1억9,408만톤을 기록했다. 중국이 원유 비축량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1억3,200만배럴 수준인 전략비축유를 올해 말까지 2억3,200만배럴로 늘릴 방침이다. 경제참고보는 "상무부는 민간 정유사가 직접 원유를 수입하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등 유가 하락을 틈타 원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물가도 서서히 중국 경제에 압박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이후 돼지고기 값 상승 여파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1.6% 오르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돼지고기 가격 급등 등으로 체감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 압박이 커질 경우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 정책을 펴기는 그만큼 부담스러워진다.
다만 CPI가 중국 정부의 목표치 3%에 여전히 못 미친 만큼 무역지표 악화와 오는 12일 발표될 산업지표 둔화가 겹칠 경우 중국 정부가 다시 한번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취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외부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내수에 달려 있는 만큼 하반기에 정부가 내수경기 촉진을 위한 정책을 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