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두려움에 떨게 할 '무서운 예언'
"일본형 장기 소비침체 한국에 몰려온다"LG경제연 "고소득층 소비 축소·가계빚 부담 닮은꼴"연금제도 강화·부유층 규제 완화 통해 소비촉진해야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지난 1990년대 이후 일본이 겪은 장기 소비침체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부채 부담과 고령화, 고소득층이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인데 이 같은 모습이 일본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소비가 줄면서 생산이 위축되고 고용과 소득이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이뤄지면서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
LG경제연구원은 18일 '일본형 소비침체의 그림자'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일본 장기침체의 요인들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먼저 가계부채가 조정되면 소비에 마이너스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 8.8%에서 올 8월에는 4%대로 낮아졌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121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9%에 달한다. 버블붕괴기 일본보다도 높다.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가계의 채무조정으로 민간소비는 0.8%포인트 둔화되고 높아진 부채(이자)부담이 추가적으로 소비증가율을 0.2%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령층 소비도 줄고 있다. 50대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00년 82%에서 지난해 72.3%로 크게 떨어졌으며 60대 이상 가구도 85%에서 71.3%로 낮아졌다. 고령층의 소비둔화는 자녀교육비 부담으로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금의 보장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고소득층의 소비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득 기준 상위 10%의 평균소비성향은 57.9%로 전체 평균 76.7%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최근에는 이들이 가전과 가사용품, 외식과 숙박, 오락문화 비용을 상대적으로 더 줄이고 있다.
강 연구원은 고소득층일수록 경기순응적 소비를 한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좋으면 고소득층의 소비가 늘고 안 좋으면 반대로 줄인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일본의 상위 20% 소득계층의 소비성향은 1980년대 후반 72.4%에서 1990년대 69%로, 2000년대에는 평균 67.6%까지 떨어졌다.
새로 소비를 늘릴 만한 부분도 마땅치 않다. 교육비와 통신비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분야는 아직 없다.
강 연구원은 일본과 같은 급격한 소비위축을 피하기 위해서는 연금제도를 강화하고 정년연장을 통해 노후준비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서비스나 보건의료서비스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여력이 있는 상위소득계층의 소비 촉진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고소득층 소비는 다른 계층으로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사치성 소비나 소득양극화로 부유층 소비에 대한 우리 사회에 부정적 인식이 있다"며 "규제 등으로 부유층 소비가 지나치게 억제돼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