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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9일] 강요받는 불법 전매
김경미기자 (부동산부) kmkim@sed.co.kr
"제가 봐도 좀 아깝지만 매도자가 급하다고 하시니…."
최근 은평뉴타운을 방문한 기자에게 한 중개업소 관계자가 134㎡형의 2지구 아파트 분양권을 7억3,000만원에 살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주변에 알아보니 똑같은 134㎡형인데 입주한지 1년 반 정도 지난 1지구 아파트는 최고 9억원에 달했다.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만 놓고 봐도 1지구는 평균 1억5,000만원인데 2지구는 3,000만~4,000만원에 불과했다.
입지 자체가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비싼 시세를 형성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들 정도다. 분양권이라고는 하지만 입주도 한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에는 2지구 분양권이 아직 전매 금지에 묶여 있어 이른바 '복등기' 형태의 불법거래라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전매가 불가능한 물건을 거래하려다 보니 매수자 입장의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중개업소들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이에 따른 거래단절 현상을 들고 있다. DTI 규제로 주택거래 수요가 자취를 감추면서 살던 집을 팔아 중도금을 마련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고 결국 웃돈을 낮춰서라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팔아야 할 만큼 다급해진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
물론 당첨 후 반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입주해야 하는 후분양 아파트를 충분한 자금마련 계획도 없이 구매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이 살던 집을 팔거나 전세 보증금을 빼고 여기에 많은 융자까지 얻고서야 겨우 내 집을 마련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돈도 없이 청약 받은 당신이 잘못"이라고 내몰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이렇게 급하게 나온 싼 매물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넉넉한 투자자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밖에 없다.
고작 수천만원의 자금으로 대출을 지렛대 삼아 투자하는 가수요를 막기 위한 대출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대출 규제가 역으로 소득이 적은 서민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예상된 결과였다. 지역 실정에 맞는 좀더 세분화되고 신중한 정책 접근이 필요할 때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