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혼돈의 리비아] 군부 쿠데타 가능성 속 정부 생화학전 극단 선택 점치기도

■중동 전문가가 본 향후 시나리오<br>민간인 대량학살 자행 땐 국제사회 개입 불가피 할듯<br>석유이권 눈 뜬 주요 부족들 혼란 틈타 이권경쟁 추측도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작된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2주일 만에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량학살 수준의 참극으로 확대됐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 원수가 이끄는 현 정권과 반정부 세력 간의 무력 충돌은 잦아들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양 진영 간의 휴전, 국제사회의 개입 등이 점쳐지기도 하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한때 자살ㆍ암살설 등이 제기됐지만 카다피는 26일 트리폴리 그린광장에 나타나 "리비아에서 죽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이런 가운데 중동 정치 전문가인 오마르 아슈르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26일 영국 BBC를 통해 앞으로 리비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군부 쿠데타다. 유혈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시위대에 돌리며 여전히 독불장군의 기세를 떨치고 있는 카다피로부터 군부가 등을 돌리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집트나 튀니지와 달리 리비아 군은 단일한 집단으로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조종사 두 명이 시위대에 대한 공격 명령을 거부하고 인근 몰타로 회항한 후 망명을 신청하고 벵가지 공격에 투입됐던 군인들이 시위대에 합류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중간급 이하 군인들이다. 카다피가 이끄는 혁명위원회 직속 부대에서 분열 조짐이 없고 고위급 인물들 중에서 카다피에게 반기를 든 사람도 없다. 다만 카다피가 집권한 이래 계속해서 권력 싸움을 벌여온 군부와 보안기관 사이의 반목과 불신이 카다피의 권좌를 흔들 가능성은 있다. 아슈르 교수는 군부 쿠데타보다 오히려 화학전 발생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극단적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과거 이라크ㆍ시리아 등 아랍권에서 생화학 무기 사용에 따른 대량 학살이 발생한 적 있다는 점과 카다피의 '막가파식'성정을 고려하면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아랍권에서는 지난 1988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화학가스로 공격해 5,000명을 죽였고 하페즈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이 1982년 무슬림형제단의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무차별 폭격을 가했던 전례가 있다. 더불어 리비아에 9.5톤가량의 겨자가스 등 화학무기가 존재한다는 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카다피의 극단적 선택이 우려되고 있다. 카다피가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계속해서 민간인 대량 학살을 자행한다면 국제사회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국제사회는 리비아인들이 자체적으로 유혈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리비아 정부와 반정부 세력이 서로를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달리고 있어 유혈 사태가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슈르 교수는 "리비아 안에 이집트인 150만명 등 수많은 외국인이 있고 리비아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 때문에라도 국제사회가 서둘러 리비아에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슈르 교수는 카다피 몰락 이후 부족 간 전쟁이 일어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리비아가 또 다른 참극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리비아는 역사적으로 부족 간 갈등이 심했고 카다피는 이를 권력 유지에 적극 이용했다. 현재 리비아의 주요 부족들은 자체적으로 무기 및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이번 유혈 사태를 겪으면서 부족들이 석유 이권에 눈을 뜨면서 국가 혼란을 틈타 부족 간 이권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벵가지 등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서 부족 간 갈등이 벌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신속하게 자치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점, 카다피 정부가 이집트에 측근 인사를 보내 리비아와 연관 있는 부족들에게 후한 대가를 걸고 동부 공격을 제안했지만 이들이 거부했던 점 등은 부족 전쟁 가능성을 낮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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