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와 관련한 지난 40일간의 전문가협의체 운영 경과와 결론에 대한 보고를 청취했다. 산업위는 당초 밀양 송전탑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권고문을 내고 정부 및 한전, 반대 측 주민들이 권고문의 결론을 수용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협의체 내에서 원만하고 합의된 결론에 이르지 못해 유감"이라는 입장만 표명했다.
앞서 8일 밀양 송전탑 건설 전문가협의체는 40일 동안의 활동을 종료하며 "밀양 지역을 우회한 송전탑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기술적 결론을 도출하고 송전탑 건설에 사실상 찬성 의견을 냈다. 여당과 한전 측 추천위원 4인, 야당과 반대 주민 측 추천위원 4인, 여야 합의 추천 위원장 1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는 반대 측 추천위원 1인과 위원장까지 "우회송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에 가세해 과반이 넘는 6명이 "밀양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는 한국전력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반대 측 위원들과 일부 주민들이 계속 "완전히 합의된 결론은 아니다"라고 항변하자 국회는 결국 이들 눈치를 보며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여야 없이 반대대책위를 비롯한 밀양 주민을 향해 "전문가협의체의 의견에 주목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현실적인 고려를 해주기 바란다"고 권고해 의원들도 송전탑 건설의 불가피성은 이해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산업위는 이어 "밀양 송전탑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적ㆍ제도적 뒷받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조기에 송전탑 주변지역 지원법을 처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을 돌려받은 정부는 국회가 명확한 권고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전문가협의체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반대 측 밀양 주민들을 최대한 설득해나갈 방침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국회의 당부대로 한전이 반대 측 주민들까지 껴안아 갈등을 해소하고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산업위는 이날 한전을 향해서도 "전문가협의체 기간 중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주민과의 대화와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탑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해 "당분간 반대 측 주민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공사 재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