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내유보금 과세 왜 흐지부지됐나

강제조치는 경제회복 실효성 없고 반시장 정책에 이중과세 논란도

2월 야당 법인세 과세법안에 崔후보자 "경제 너무몰라" 비판

기재부 모호한 태도 혼란 부추겨


기업의 사내유보금 활용 방안이 논란 끝에 페널티가 아닌 세제·금융상 혜택을 주는 방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대 방안을 마련,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유보금을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돌려줄 때는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현재의 조치에서 한층 더 혜택을 강화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유보금 활용 구상은 기업이 쌓아둔 유보금을 어떤 방법으로든 끌어내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시켜 근로자 소득 확대와 소비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원래 취지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과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세금 카드를 통한 강제적 조치는 경제회복에 실효성이 없는데다 이중과세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은 떨어졌다. 무엇보다 반시장주의적 정책이다.


유보금 과세 논란이 표면화한 계기는 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에서부터.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과도하게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계 부문의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이것이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측면에서 근로소득과 배당촉진 등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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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 후보자는 과세 방침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야당의 기업유보금 과세 법안 제출과 맞물려 내수활성화 묘안을 찾고 있는 새 경제팀이 모종의 강수를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일부 언론들이 당근(인센티브)과 채찍(과세)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정부 역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시장주의자인 최 후보자는 원내대표 시절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에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지난 2월 야당의 법인세 과세법안 제출을 두고 "엉뚱한 발상"이라며 일침을 놓은 적이 있다. 그는 "(과세로)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10대 그룹 82개 상장사가 쌓아둔 규모만도 477조원에 이른다. 2010년(331조원)보다 43.9%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가계의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16.9%에서 5.5%로 오히려 준 것과 대비된다. 결국 기업의 돈을 돌게 해야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 수 있다는 최 후보자의 인식에서 보면 유보금을 밖으로 빼내는 유인책이 절실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가처분 소득이 확대되고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경기가 살아나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급적 기존 정책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과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내유보금 과세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년이 넘도록 시행되다 폐지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업 재무 건전성 강화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권고해서다. 또 현오석 경제팀에서도 검토됐으나 반시장적 규제이자 이중과세 등의 문제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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