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혼탁의 극치 신한국당 경선(사설)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경선일이 나흘앞으로 다가왔다. 경선일이 다가오면서 신한국당은 그야말로 니전투구의 난장판이다. 도저히 집권당의 모습이라 할 수 없는 혼탁과 과열의 경연장이다. 폭력만 없지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최근에 나도는 금품살포설은 마치 시정잡배들의 총회를 연상시킨다.지금이 어느때인가. 경기는 아직도 저점을 헤매고 있다. 이제 겨우 수출이 회복세로 돌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주요한 시점에 와있다. 이 판국에 재계 서열 제8위의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을 적용 받게돼 또한번 국가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도 헤쳐나가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신한국당은 끝없는 소모적인 정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집권당으로서의 책무를 완전 포기한 무책임의 극치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은 집권당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자유경선이다. 대권을 노리는 소위 「7명의 용」들은 「깨끗한 선거」 「돈안드는 선거」 등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국민들도 집권당의 자유경선에 기대가 컸다. 한국정당사에 새로운 기원을 여는 계기가 되리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경선일이 다가오면서 용들은 스스로 만든 「게임의 룰」을 팽개쳤다. 이를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 대권주자 후보들은 처음에는 지역감정으로 불을 지폈다. TK 집권론이라든가, 박정희추앙론, 김대통령 예찬론, 호남 푸대접론 등은 이들 후보가 각 지역에서 열린 정견발표회에서 한번씩은 써먹은 지역감정 부추기기 단골메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특정인의 가계를 헐뜯는 괴문서파동, 향응제공, 금품살포설까지 나왔다. 청산되어야 할 우리정당의 고질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열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리더십도 있어야겠지만 미래를 내다 보는 안목도 요구된다. 또 그 어느때보다 가까이 다가온 통일에 대한 식견도 탁월해야한다. 우리 헌정사에 있어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요청되는 어려운 시기다. 이같은 관점에서 과연 신한국당의 대권주자 후보들은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할 덕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지역감정이나 부추겨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신한국당은 경선일전에 현재 파문이 일고 있는 금품설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래야 대의원들도 공정하게 투표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는 열려있으나 신한국당의 경선으로 문이 닫혀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국회통과를 기다리는 민생법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아그룹 문제도 국회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선후보 선출만이 신한국당의 당면 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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