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소비심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004년 국내 유통산업은 불황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렸다. 대부분 업종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며 일부 성장한 부문도 한자리수에 그쳤다. 부문별로 올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도를 전망해본다. 백화점업계는 올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인해 IMF외환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매출부진 속에 한해를 마감해야 했다. 백화점은 사상 최장 세일 기록을 세웠다. 지난주말까지 송년 세일을 끝낸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올들어 79일간 세일을 실시, 4~5일에 하루꼴로 세일을 한 셈이다. 게다가 하반기 이후부터는 거의 매주 사은품ㆍ경품 행사를 실시, 깎아주면서 덤까지 주는 마케팅으로 백화점의 자존심까지 내팽개치면서까지 고객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신장세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대백화점 부설 유통연구소 김인호 소장은 “소비위축에다 성매매 금지법 발효, 청년 실업 심화, 선물안주고 안받기 운동 등 백화점업계로서는 온갖 악재가 다 노출된 한해였다”고 진단했다. ◇내년 투자는 활발, 성장은 의문= 주요 백화점들의 내년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업체별로 투자 규모가 대비된다. 롯데와 신세계는 불황기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현대는 지금은 투자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롯데쇼핑은 내년 총 투자비 8,000억원 가운데 백화점 부문에 4,00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내년2월 서울 본점 옆에 명품관을 오픈, 본점과 명품관, 영플라자를 연계한 ‘롯데타운’ 구성이 일단락된다. 개점 예정인 미아점, 김해 장유점, 해운대, 제2롯데월드 등에 꾸준히 신규투자가 계획돼 있다. 신세계도 내년 8월 1만7,000여평 규모의 충무로 본점 신증축이 완료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08년까지 죽전역사 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의 복합쇼핑몰, 서울 건대스타시티점 등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내년도 투자액 1조원 가운데 상당부분이 백화점 부문에 책정된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계획에 비해 백화점의 성장세에는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내년에 명품관을 새로 개점하겠지만 경기가 쉽사리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제, 1~2%정도의 매출 신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관 확대에 따른 VIP마케팅으로 승부= 내년에는 롯데 본점이 명품관을 개점하고 신세계 본점도 리뉴얼을 통해 명품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VIP마케팅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CRM(고객관계 마케팅)시스템이 마무리되면서 MVG(최우수고객)층을 확대, 고객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신재호 판촉팀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2만명 수준인 MVG를 2만5,000명 정도로 늘리는 한편 이 가운데 또다시 1,400명 정도를 최상위 프레스티지 고객으로 분류,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역시 본점 개점에 맞춰 명품 고객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아래 타업종과의 제휴를 통한 VIP마케팅으로 VIP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 신세계의 명품 마케팅 강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성’의 입장에 있는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서서히 저변을 확대해온 문화마케팅으로 VIP고객을 붙잡아두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박광혁 영업전략실장은 “여행, 오페라, 뮤지컬, 미술 전시회 등을 통해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