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님!회장님의 육성과 몸짓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데 갑작스럽게 부음을 전해들으니 비통하고 참담한 심경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경륜과 지혜를 갖춘 경제인이 드문 요즘 회장님은 우리 기업인은 물론이고 온 세상 사람들의 존경과 추앙을 한 몸에 받던 재계의 거목이요, 선구자이셨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인의 첫 세대로서 경제발전에 헌신하신 회장님의 족적(足炙)은 너무나 뚜렷하고도 거대합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한국경제의 이론과 실제를 접목시킨 회장님은 전후복구사업에서부터 공업입국, 중화학공업화, 첨단산업화로 이어지는 우리 경제사의 주요 물줄기를 민간부문에서 이끌어 온 주역이셨습니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역사적인 조국 근대화 사업의 사회간접시설은 거의 회장님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국내 굴지의 대공사는 물론 해외 건설시장 개척을 통해 한국경제사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미증유의 사업가이셨습니다.
회장님의 경륜과 경영철학은 77년 기업인들의 만장일치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이후, 10년간 최장수 전경련 회장직에 봉사하시면서 더욱 찬란한 빛을 발휘하였습니다.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이라는 확고한 소신 하에 재계의 화합을 이끌며, 우리 경제와 기업이 가야할 큰 방향을 제시하여 80년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촉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 참담함이 더하기만 합니다.
회장님은 이제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나셨습니다. 당당하고도 듬직한 평소의 그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뵈올 길이 없습니다.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못다 베푸신 탁견과 굳건한 소신은 후배 기업인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국가경제를 다시금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만이 회장님의 유지를 잇는 길임을 명심하고 분발해 나가겠습니다. 회장님,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