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고 있는 금융기관장 인선이 세월호 사고에 따른 문책 개각론에 또다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맨 윗단계에서 인사 적체가 발생하면서 업계 현안이 도외시되고 정기 인사는 지연되는 등 업무 마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차기 손해보험협회장 선임이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협회장 장기 공석은 협회 출범 후 처음으로 장상용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안에 신임 손보협회장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했다. 차기 회장으로는 차관 출신의 K씨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선이 미뤄지고 개각에 따라 정부 부처의 후속 인사가 이어질 경우 인사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개각이 이뤄질 경우 연쇄적으로 1급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민간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선이 늦어지면서 장 부회장의 거취도 묘하게 됐다. 장 부회장은 신한생명 감사로 옮길 예정이었는데 차기 회장 선임이 늦어질 경우 그 자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주택금융공사 사장 역시 4개월째 빈자리로 남아 있다. 서종대 전 사장은 올 1월 임기 만료 10개월을 앞두고 조기 사퇴했다. 서 전 사장은 이미 한국감정원장으로 취임한 상태. 공사는 사장 선정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위원회를 조직한 후 공모하고 후보를 심사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고위 인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본인이 고사하면서 구도가 꼬여 있는 상황이다. 개각이 현실화할 경우 인선 작업은 훨씬 늦어질 수 있다.
실타래가 풀리지 않자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손보협회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로 상정한 고령화 상품 개발이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으며 정기 승진인사도 4개월째 깜깜무소식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5월 말 부장급과 임원 중 4~5명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적어도 그 전에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사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임원 한 명이 실장직 3개를 겸임하는 등 조직 운영에 크고 작은 차질을 빚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사장 인사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모르고 임시로 업무를 맡겼는데 생각보다 많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