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광우병 딛고 황소는 달린다“ 기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계절이다. 뉴욕 월가도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쟁과 테러, 그리고 경기침체의 세 요소에 짖눌려 올해를 시작한 뉴욕 월가는 연말을 맞아 그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한해 전세계를 들끓게 했던 테러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로 한풀 꺾이고 있다. 10년만에 찾아온 미국 경기침체의 망령은 말끔히 가시고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의 기운이 완연하다. 뉴욕 증시는 경제적, 경제외적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3월 5년만에 최저점에 근접했던 주가는 전쟁 발발과 동시에 상승세를 탔다. 지난 91년 걸프전 발발후에 보여주었던 장세가 나타났다. 10개월째 황소장세(bull market)가 계속되고, 연초 장세를 암울하게 보고 숏세일(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터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다우지수는 26일 현재 연초대비 24%, S&P 500 지수는 25%, 나스닥 지수는 무려 48% 각각 상승했다. 2000년 이래 3년째 연중 주가 하락을 경험했던 뉴욕 증시는 지난 3월로 하락장세(bear market)의 종지부를 찍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3년 동안 보너스가 줄어들었던 펀드 매니저들은 올해 두둑한 보너스를 타서 흥청망청 쓰고 있는 것도 황소장세 덕분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월가의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내년에도 상승장이 형성될 것으로 믿고 있다.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기업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초의 기대는 최근 4년째 틀리게 나타났기 때문에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형편이다. 2000년에서 2002년까지 애널리스트들의 연말 주가 전망은 항상 불리시(bullish)했다. 주가는 상반기에 오르다가 하반기에 폭락, 3년간 하락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전쟁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하락장세를 전망했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애널리스트를 비웃는 양 주가는 치솟았다. 연말 주가가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한 수치보다 더 상승함으로써 올해도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과거 3년간에 비해 틀린 셈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자매지 배런스지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내년 연말 주가 전망치를 S&P 500 지수 기준으로 1,125~1,250 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수가 지난 26일 1,095 포인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블루칩 주가는 3~15% 상승한다는 것이 월가의 전망치다. 이는 S&P 500 지수가 올해 2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내년 주가는 상승하되, 상승폭이 올해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월가에서는 내년 언제인지 모르지만 주가가 적어도 한번의 조정은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와 같이 10개월 연속 상승장세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큰 폭의 상승세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소수 의견으로 내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월가 한쪽 끝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큰 폭의 주가 상승이 내년 경기 회복과 수익 상승 전망치를 앞당겨 반영했기 때문에 경기 회복과 수익 상승이 기대치를 미치지 못할 경우 연말 주가가 연초대비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미스 바니의 애널리스트 토비어스 레브코비치가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내년말 S&P 500 지수가 올해말보다 낮은 1,025 포인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과 연초가 맞물려 있는 이번 주는 주가 변동이 크지 않지만, 오는 31일 납회일은 주요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광우병 파동등의 악재도 주가를 아래로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월가 대부분의 기관들은 이달 중순에 장부를 정리했고, 소액투자자들이 이번주 장세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주가 변동은 큰 의미가 없지만, 내년 첫주가 시작되는 1월 5일은 이른바 `1월 효과(January effect)`가 나타나는 날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연초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서 뭉치돈을 증시에 밀어넣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음주 한주간의 주가 변동폭이 한달간 또는 연중 주가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 월가의 평이다. 이번 주에는 29일에 컨퍼런스 보드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 11월 기존주택 판매, 30일에 12월 시카고 구매관리자(PMI) 지수가 발표되고, 새해 첫개장일인 1월 2일에 12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나온다. 연말 테러 경보가 뉴욕 증시에 늘 경계요인이 되고 있고, 광우병 확산 여부도 투자자들의 관심사항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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