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신용등급자 高利 막고 '불완전판매·꺾기'도 엄단

■ '약탈적 대출행위' 수술대 오른다

권혁세(왼쪽)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선진화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방안' 세미나 참석해 김태준(오른쪽) 한국금융연구원장과 함께 세미나를 경청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대출을 일컫는 '약탈적 대출'과 이에 반대되는 '공정대출' 개념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과도하면서도 왜곡된 대출금리 체계가 본격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됐다. 특히 당국이 '공정 대출'과 관련해 저신용등급자의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의 이자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방안' 세미나 내용을 토대로 이달 말 금감원이 발표할 금리ㆍ수수료 개선 방안을 추론해보면 금리의 수술 범위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권혁세 원장은 특히 "불완전 판매와 '꺾기(구속성 예금)' 등에서 위규 사실이 적발되면 행위자는 물론 경영진에 대해서도 엄정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혀 강력한 현장조사가 진행될 것임을 내비쳤다. ◇'약탈 대출' 차단…저신용자 금리 낮춘다=당국이 이날 세미나에서 강조한 핵심은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금리 부담을 지우고 수수료를 떠넘기는 관행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키워드가 바로 '약탈적 대출'이다. 현재 약탈적 대출의 요건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이 개념이 처음 도입된 미국에서는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보지 않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마구잡이로 해준 것을 지칭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개념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았다"며 "일시상환대출을 많이 해 한 번에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도 약탈적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주택담보대출과 주로 관련이 있는 개념이라는 얘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권 원장이 금융사의 대출이자 폭리문제를 누차 언급해온 만큼 광의의 개념에서 금융사의 불합리한 금리체계 개선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울러 공정대출의 경우 대출자와 금융사 간의 정확한 정보공유를 주요 조건으로 하고 있어 대출자 입장에서는 정보제공 의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약탈적 대출을 넓게 보면 최고 연 20%에 이르는 예금담보대출의 연체이자처럼 금융사의 불합리한 대출조건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약탈적 대출과 공정대출 개념이 거론되기 시작한 만큼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특정 신용등급에 과다한 이자율을 부과하는 경우가 불공정한 대출"이라며 "차입자의 신용도 등 통상적으로 대출이자율에 반영되는 조건 이외의 요소가 차별적으로 대출이자율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용도 차이를 반영하더라도 이자율ㆍ수수료 등의 조건 등을 우호적으로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당국의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금융회사가 갑의 위치에서 일방적으로 고리를 물리는 행위에 대한 수술 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상품 공시가 대폭 강화…상품조사의무 부과=노형식 연구위원은 "대출상품 공시 때 어느 정도 쉽게 기술돼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며 "대출금리의 주요 구성요소인 비용과 편익, 위험의 정도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중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금융회사 직원의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라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와 금융교육 인프라 구축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권 원장은 이날 "각 지역 중소서민의 고충을 현장에서 청취ㆍ해결하는 이동민원상담 처리제도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권 원장은 이어 "생계형 금융민원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신속히 실시하고 민원인의 참여를 보장해 서민을 두텁게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소비자의 민원이 들어온 금융회사를 현장 조사할 때 민원인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을 사전에 알려주는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금융회사에 대해 고객조사의무 외에 상품조사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상품 정보제공 및 상품정보 공시를 개선해 금융소비자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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