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한 내정자에 대해 "경제민주화 공약의 후퇴는 물론 공정위 존립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동철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한 내정자의 재산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 23년간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며 재벌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의 대국민 약속과 동떨어진 한 내정자 지명을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병호 비대위원도 "한 내정자는 대기업 편에서 공정위와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온 기업 전문 변호사"라며 "한 내정자가 공정위 수장이 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 내정자는 1984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근무했고 그 중간에는 법무법인 '율촌'의 설립 멤버로 참여했다. 그는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대기업 입장에서 공정위 등 정부기관의 문제점을 주로 지적해왔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한 내정자가 일해온 전력을 보면 향후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경제민주화 정책을 적극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며 "로펌들의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내정자는 국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재정경제부 세제실 고문변호사,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세제 분야에 정통할 뿐 공정거래 업무에는 사실상 문외한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변호사를 겸직해 겸업 금지 학칙 등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는 한 내정자를 지명한 배경에 대해 "대기업의 생리를 잘 알고 있어 오히려 불공정행위 감시ㆍ제재 업무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변호하고 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적재적소 인사원칙에 크게 벗어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이 벌써부터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박민식 새누리당 간사와 김영주 민주당 간사는 한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28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정무위에서는 이날 "청문회 전에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