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은행 '배타적 판매권' 유명무실

규정까다로워 4개월간 1건 승인에 그쳐은행들의 신상품 개발을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배타적 판매권'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규정자체가 독창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이전 상품을 변형시켜 만들 수 밖에 없는 금융신상품의 특성상 한계가 있는데다 보호 기간도 짧아 실효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창의적으로 개발된 신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는 은행은 거의 없고 단순히 홍보 차원에서 심사를 신청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은 은행들의 신상품 개발 노력이 부족한 데 원인이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 4개월간 7건 신청에 1건 승인 은행연합회는 지난 13일 은행신상품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기업은행의 '만족보증 기업대출'과 대구은행의 '동아백화점 카드론'을 각각 심사했지만 이들 두 상품 모두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아 배타적 판매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번 두 상품을 포함 지난 해 12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신상품 심사 신청 건수는 총 7건으로, 이중 승인 된 것은 단 1건에 그치고 있다. 농협의 평생우대통장과 국민은행의 캥거루통장 등이 신청했지만 승인이 거절됐고, 한빛은행의 '따따따론프라자' 1건만이 승인됐었다. ◇ 규정 까다로워 불만 은행들은 현행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신상품 심사 기준은 ▦독창성 40점 ▦유용성 30점 ▦진보성 20점 ▦노력도 10점을 각각 배정, 총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일 경우 2개월, 90점 이상일 경우 3개월, 95점 이상일 경우 5개월의 독점적 판매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진보성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상품의 독창성을 평가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독창성 평가가 대부분인 셈"이라며 "아무리 새롭다고 해도 대부분 신상품들이 기존 상품의 변형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배점기준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보호기간이 너무 짧은 것 역시 문제라는 입장이다. 아무런 제한이 없던 이전에도 은행들이 이미 나온 다른 은행의 신상품을 모방해 상품을 만들려면 최소 2~3개월 가량은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보호기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 ◇ 은행들 노력부진도 원인 신상품 보호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제도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은행들의 신상품 개발 노력이 부족한데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독창성을 강조하는 배점 기준의 경우 제도 도입 취지가 독창적인 상품 개발을 장려하는 데 있는 이상 당연하다는 것. 또 보호 기간이 짧아 실효에 의문이라는 지적 역시 길어야 3~4개월 정도 되는 금융상품의 생명 주기를 감안할 때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경우 신상품 보호를 신청했다가 승인되지 못하는 것을 꺼리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현실에 맞게 제도를 재점검하고 은행들 입장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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