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카드-정유업계, 가맹점 수수료 갈등 표면화


카드업계와 정유업계간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이 유류세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ㆍ폐지를 주장하고 나서자 카드사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 회장은 현재 상품가격과 유류세로 구성된 휘발유 가격 전체의 1.5%를 가맹점 수수료로내고 있지만, 유류세는 세금인 만큼 이에 대한 수수료는 인하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000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실제 상품가격은 500원 정도이고 나머지 500원은 세금”이라며 “따라서 매출액 1,000원 전체에 대해 수수료를 내면 주유소는 실제로는 3%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는 물품 전체 가격을 카드사가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받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 역시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또 유류세가 고세율이라고 해서 수수료를 면제한다면 담배나 술 등 다른 상품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국세와 지방세의 경우도 가맹점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오 회장의 주장은 고세율로 인한 정유업계의 부담을 카드사에 전가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와 정유업계간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측은 수년간 이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그러나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사용 확대 효과가 워낙 크고, 정유사 입장에서도 고객유치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에 표면화되지 않았었다. 그런 갈등에 불씨를 붙인 것은 정부다. 물가를 잡겠다며 휘발유 가격에 대한 인하를 요구하자 두 업계가 사실상 묵인해왔던 갈등이 새로운 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정부가 가격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처방인 유류세 인하에 대한 논의는 꺼내지도 못한 채 변죽만 울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 역시 “정유업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할만하지만 카드사가 동네 북은 아니지 않느냐”며 “카드라는 결제수단이 정유사나 카드사 모두의 이익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맹점 계약해지 같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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