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자부진 기업 탓으로 돌리면 그만인가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45주년을 맞아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정부의 중점과제와 경제현안’ 설문조사 결과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뭘 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전문가들의 절대 다수가 기업투자 활성화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게 어디 경제 전문가들만의 생각이겠는가? 웬만한 국민이면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다. 기업투자 활성화는 당면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의 경제는 암울해진다. 그런데도 투자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투자 부진이 추세적으로 굳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2003년 마이너스 2.3%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4%, 올 상반기 2.6%를 기록해 3년째 게걸음하고 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유독 우리나라만 이런 현상을 겪고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6% 증가에 이어 올해도 8%, 장기침체에 빠졌던 일본도 1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과열을 걱정할 정도인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ㆍ대만 등 우리 경쟁국들도 투자가 활발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의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들의 투자기피는 한마디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덕수 부총리는 최근 기업들이 규제와 정책불투명 핑계를 대고 있으나 스스로가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는 등 의지부족 때문이 아닌지 돌아보라며 일갈했다.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환경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수도권규제,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가 어렵사리 계획한 투자심리마저 아예 꺾어 버리고 있다. 수도권규제로 묶인 투자규모만 5조원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기업 탓을 할게 아니라 그들의 투자확대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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