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티 악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한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 아시아지역자문그룹 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아지즈 총재는 2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채는 대단히 매력적"이라며 "말레이시아도 한국 국채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지속적으로 한국 상장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내 상장채권 보유금액은 2조659억원이었지만 2010년에는 4조2,887억원으로 늘어났고 올 들어 10월 기준으로 보유잔액은 7조4,309억원에 달했다. 2년 사이에 한국 상장채권 보유 규모를 두 배가량 늘린 것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 비중은 전체의 8.6%에 이른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계 투자자들이 처분한 한국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8월 4,290억원, 9월 6,038억원, 10월 7,881억원을 순투자했다.
아지즈 총재는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대응능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1990년대 외환위기 때보다 자본변동성에 더욱 잘 대응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발전됐기 때문에 충분히 완충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아시아 은행들은 자본확충도 잘돼 있고 다양한 정책도구를 바탕으로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지즈 총재는 "말레이시아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자본규제를 했는데 이는 금융안정을 위한 '일시적인' 조치였으며 이 결과 1999년 6%의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자본규제조치 이후에는 단일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위기 극복을 위한 포괄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시스템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역할과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지역 금융안정을 위한 아시아 국가 간 금융시스템의 유기적인 결합과 통합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지즈 총재는 FSB에 대해 "우리는 FSB 비회원국이지만 이번 창립총회에서 우리의 시각과 의견을 FSB 아시아지역자문그룹에 전달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중소형 국가들의 의견을 계속 FSB에 개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융합이 잘되는 지역"이라며 "자본 유ㆍ출입 규제 및 금융안전망 확충 등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