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비효율적이고 무기력한 아랍연맹 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도전과 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역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1일 “기존의 아랍연맹 체제가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함에 따라 이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정치ㆍ안보 질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아랍연맹의 체질을 전면 개선하든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지역안보체제를 창설해야 한다는 뜻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무사 총장의 발언에 앞서 카이로 외교가에서는 이라크 전쟁 후 새로운 지역 연합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며, 특히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군 지휘관들과 만나 새로운 아랍 안보체제 구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랍권의 이 같은 움직임의 기저에는 아랍연맹의 무력함, 더 구체적으로는 지난 1950년 조인된 아랍연맹 공동방위조약의 사실상 사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아랍권이 효율적인 지역 안보기구를 갖추고 있었더라면 지난 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시 아랍군대가 쿠웨이트 해방 임무를 수행했을 것이며, 이렇게 됐을 경우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개입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중동 지역에 새로운 지역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음에도 현실화 여부에는 반신반의하는 관측이 많다. 여전히 아랍 각국은 전쟁에 따른 손익계산, 국가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