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립스틱 수입가 9배에 판매 … 와인은 5배

■ 수입소비재 가격거품 어떻길래

특정 공급업체 독점적 유통… 외국과 비교해도 10~40%↑

통관인증 품목 350개로 확대… 수입신고도 7월부터 간소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목도리와 립스틱을 각각 9만원과 1만원에 구입한 직장인 김모씨는 같은 제품의 가격이 한국에서는 많게는 9배가 더 비싼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목도리는 수입가격이 10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실제 판매가격은 30만원대였고 1만원짜리 립스틱은 6만원선에 달했다. 물류와 통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판매가격은 지나치게 비쌌다. 이런 현실을 모르고 그동안 수입품을 별 고민 없이 샀던 것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왔다.

일부 품목의 해외 수입품 가격이 현지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골자는 크게 3가지다. 병행수입 업체를 대폭 늘리고 해외 직구(인터넷을 통한 직접구매) 대상 품목을 전체 소비재로 확대한다. 관세청은 기존 60개였던 수입가격 공개 대상을 10개를 더 추가해 70개로 늘렸다. 새로 추가되는 품목은 생수, 가공치즈, 와인, 유모차, 전기면도기, 진공청소기, 전기다리미, 승용차 타이어, 립스틱, 등산화 등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9일 "독점적인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수입된 후 제품별로 특정 공급업체에 의해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독점적 유통구조가 가격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가와 판매가 간 격차가 2~5배, 많게는 9배까지 벌어지고 외국과 비교해도 판매가격이 10~40% 높아지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실제 수입가와 판매가 간 격차가 컸다. 립스틱은 수입가보다 판매가가 평균 9.2배 높으며 와인 4.8배, 등산화 4.4배, 진공청소기 3.8배, 유모차는 3.6배에 달했다. 수입가격이 8,855원인 립스틱은 3만9,500원에 판매되고 있고 칠레산 와인은 1만1,112원에 수입되지만 판매될 때에는 5만2,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24만7,089원에 수입된 진공청소기는 국내 판매가가 74만8,500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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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통관인증 품목을 확대한다. 적법하게 통관 절차를 거친 물품에 수입자와 통관일자 등이 등록된 QR코드를 부착하는 인증을 소비자 관심이 높은 상품 위주로 늘려 병행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류와 신발 등 236개 상표에서 자동차 부품과 소형가전, 화장품, 자전거, 캠핑용품 등 350여개로 증가하게 된다. 또 최근 2년 내 매년 1회 이상 통관실적이 있어야 통관인증 업체가 됐지만 최초 병행수입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인증을 주기로 했다.

해외 직접 구매는 7월부터 수입신고를 간소화해 활성화한다. 100달러 이하(미국 200달러 이하) 해외 직접구매 품목에 한해 통관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목록통관 대상을 현행 의류·신발 등 6개 품목에서 식·의약품을 제외한 전체 소비재로 늘린다. 목록통관제를 적용하면 통관기간은 3일에서 반나절로 줄고 건당 4,000원인 관세사 수수료도 없어져 해외 직구가 쉬워진다. 직구제품을 반품할 때 일반인도 인터넷 통관포탈(UNIPASS)을 통해 쉽게 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수입 소비재 시장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20% 내외의 가격인하 효과와 함께 지난해 3조원 규모이던 병행수입과 해외직구 같은 대안적 구입경로가 2017년 8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한계점도 있다. 제조사가 보증을 하는 정식 유통 경로가 아닌 수입인 탓에 위조품과 사후서비스(AS)에 의한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 해외 직구의 경우 100달러 이상 품목은 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고가의 직구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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