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발명은 분야에 상관없이 이뤄진다.보라색 케첩은 단순한 경우다. 양자물리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도 있다. 혁신적 발명품의 기준은 제품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또 얼마나 인상적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가 이다.
올해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타임은 1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란 사형선고를 받은 심장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한 어바이오코(AbioCor) 인공심장을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기존 제품의 두 배인 60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잠수복, 수소 자전거 등도 올해의 발명품으로 뽑혔다.
◇어바이오코 인공심장
올해 59세인 로버트 툴은 지난 2년간 심부전증으로 고생했으며, 지난 6월 한 달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의 간과 신장은 거의 작동을 멈췄으며, 병석에 누워 고개를 들 힘조차 없었다. 의사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약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그가 기적을 일으키는 발명품인 어바이오코를 알기 이전의 일이다. 냉장고 크기의 기구에 튜브로 연결해야 했던 1세대와 달리 티타늄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소프트볼 크기의 2세대 인공심장은 기계에 연결할 필요가 없으며, 충전역시 무선으로 할 수 있다. 지난 7월 2일 마이클 툴은 어바이오코 인공심장을 통해 생명을 건진 첫번째 사람이 됐다.
어바이오코를 만든 어바이오메드사는 시술환자가 60일 이내에 사망하지 않는 다면 수술은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툴이 인공심장을 이식 받은 지 4개월이 지났으며, 그의 심장은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 역시 "상태가 좋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걸어서 아이스크림이나 바베큐 가게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으며 "앞으로는 손자들과 낚시를 같이 가고 내가 그 나이였을 때 배웠던 여러 놀이들을 가르쳐줄 계획"이라며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밝혔다. 현재 툴 이외에 4명이 더 인공심장을 이식 받은 상태라고 미 연방식품의약국(FDA)은 밝혔다.
인공심장이 세계각국의 질병ㆍ가난ㆍ테러를 없애는 데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보는 때때로 깡마른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타임은 로버트 툴에게 새 삶을 주었고, 또 발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전환시킨 어바이오코 인공심장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개발업체:어바이오메드
▦판매중
◇심해 탐사용 잠수복
풍선처럼 부푼 팔과 다리를 갖고 있는 이것은 500㎏에 달하는 잠수복으로, 바닷속 깊은 곳을 탐사하기 위한 장비이다.
300m 이상 깊이 들어갈 수 없는 일반적인 잠수 장비와 달리 오션워크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애트모스페릭 다이빙 시스템은 몸 주위의 기압을 안정시켜 600m 깊이의 물 속에서도 마치 해변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 두개의 반동추진엔진(thruster)을 이용, 사방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 제품에 대한 첫 고객은 미 해군으로 잠수함 구조에 사용하기 위해 4벌을 구입했다.
앞으로 과학자를 비롯해 심해(深海)탐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 개발업체:하드슈트 인터내셔널
▦ 판매중 (2,900만달러)
◇자동운전 버스
미국의 배우 샌드라 불록은 영화 '스피드'에서 시속 80㎞이하로 달릴 경우 폭발하도록 프로그램된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운전한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자동운전 버스가 실제 달리고 있다.
이 버스는 카메라로 도로에 그어져 있는 선을 인식, 주행한다. 만약 정지선을 살짝 넘어섰을 경우 버스는 자동적으로 후진, 정지선에 정확히 선다. 이 버스에서 운전사가 할 일은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개발업체:아이리스버스
▦2003년 시판 예정
◇수소 자전거
전기자전거는 단 한번도 인기를 끈 적이 없다. 그러나 무공해 수소가스를 사용하는 수소 자전거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수소 자전거를 처음으로 개발한 회사는 이탈리아의 아프릴리아. 전기 자전거보다 20% 가량 가벼우며 최고 속도도 두 배정도 높은 32㎞이다. 자전거 매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조건이다.
▦개발업체: 아프릴리아
▦2003년 시판 예정(약2,300달러)
◇공기 펌프 스카이콩콩
능력 있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장난감을 판매하기 전에 부모들을 유혹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릴 적 '스카이콩콩'을 타고 놀던 추억을 갖고 있는 30대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복고 취향을 겨냥한 제품이 출시됐다.
신제품 '에어고'는 예전 스카이콩콩의 금속 스프링을 공기 펌프로 대체해 소음을 줄였으며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어린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요령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엉덩방아를 찧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체: 칼튼 칼빈
▦시판중(80달러)
◇저비용 고성능 로켓 엔진
존 글렌 상원의원만이 우주 여행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우주선을 탈 기회가 곧 올 것 같진 않다.
개인 기업이 우주선을 개발해 우리를 태워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사(社)의 제프 그리슨은 최초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엔진을 만들었다.
그리슨이 올 가을 선보인 'EZ-로켓'은 이소프로필 알코올과 액화 산소를 연료로 하는 두개의 엔진으로 움직인다. 이 엔진을 이용하면 관광객들을 태우고 105km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이 높이에서 관광객들은 지구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슨은 자신이 개발한 로켓 엔진을 장착하면 1회 비행시 90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계산했다. 엔진 가격은 1,000만달러로 리어 젯(Lear jet)과 같은 가격이지만, 그리슨은 리어 젯이 자신의 엔진만큼 높이 날 수 없고 가장 싼 로켓 보조 추진장치가 1억달러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개발업체: Xcor 에어로스페이스社)
▦2003년 시판 예정(약1,000만달러)
◇초소형 로봇
좁은 파이프 안을 기어가면서 화학물질 유출지점을 찾아 내거나 침입자 탐색을 위해 문 밑으로 들어가는 로봇을 상상해 보라.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개발한 MARV란 로봇은 바로 이 같은 일을 하기 위한 것이다.
체리 정도 크기의 이 로봇은 분당 50㎝를 이동할 수 있다. 앞으로 여기에 소형카메라, 마이크, 화학물질 탐지기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개발업체:샌디아 국립연구소
▦2006년 시판 예정(약500달러)
◇오피스 로봇
그녀는 시간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으며, 불평하는 일도 없다. 키 1m의 펜티엄급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장착한 로봇 '코워커'는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사람과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제작됐다.
머리에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이 로봇은 생산라인ㆍ건설현장ㆍ위험한 지역의 장면을 보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장순욱기자
노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