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고합 사실상 기업분할 명령

■ 공정위 판정 배경·전망'독점방지' 잣대적용 효성-코오롱 시장균점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경쟁제한성과 구조조정의 필요성 사이에서 고심해온 고육지책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공정위가 그동안 일부 설비매각 등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내린 적은 몇차례 있었지만 대상기업을 완전히 반쪽으로 쪼개라는 사실상의 기업분할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순식 공정위 독점국장은 "당초 독점체제가 심화되는 것을 우려, 기업결합 자체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부실기업인 고합의 신속한 구조조정 완료를 위해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 사실상 효성의 승리 표면적으로는 효성과 코오롱의 무승부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효성의 역전승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등 빅딜 당시의 기준을 적용했다면 코오롱이 완전 독차지하는 형태가 됐을텐데 시대상황이 바뀌면서 공정위가 엄격한 독점의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울산공장(폴리에스터 필름)과 함께 당진공장(나일론 필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이미 고합 채권단과 인수계약을 체결한 코오롱은 공정위 승인의 단서조항에 걸려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격이 됐다. 효성은 이번 공정위의 판단이 자사가 주장해온 독과점성을 공정위가 인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필름시장의 과점체제 구축 당진공장의 두 생산라인은 각각 3,500톤 규모로 효성은 라인 하나를 인수할 경우 생산규모가 연 3,000톤에서 6,500톤으로 증가, 국내시장 점유율이 42.2%로 높아진다. 현재 45.9%의 점유율을 가진 코오롱도 미가동 라인을 성공적으로 가동할 경우 생산규모가 1만800톤에서 1만4,300톤으로 증가한다. 국내시장에서 효성과 코오롱 중심의 과점체제가 구축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구도가 치열한 세계시장 경쟁에서 바람직한가 하는 지적도 있다. 식품의 포장재로 쓰이는 나일론 필름 시장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연간 10만500톤, 5,8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연간 8~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시장성이 밝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코오롱ㆍ효성 등 국내 생산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0% 이하에 불과한 실정이다. ▶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이번 판정으로 코오롱은 그동안 가동을 멈췄던 설비를 이전해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경우 이전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문제다. 더구나 미가동 라인은 5년간 사용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1년 정도의 정비기간이 소요돼 추가 비용발생이 예상된다. 매각가격도 문제다. 효성의 설비인수는 일단 코오롱이 인수했다가 재매각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져 최종 매각가격을 높고 진통이 예상된다. 코오롱은 309억원에 당진공장 인수계약을 체결해 라인 1기의 가격은 150억원 전후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효성은 장부가격이 25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각가격 또한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8월 입찰에 참여한 하니웰ㆍ미쓰비시 등 외국계 입찰 참가자들이 불공정거래 시비를 걸어 코오롱의 효성에 대한 매각 자체를 문제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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