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대, 채울까 말까’
SK텔레콤에 공급할 수 있는 휴대폰 물량이 연간 120만대로 묶여있는 SK텔레텍이 올해 ‘할당량’을 채울지 여부를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3ㆍ4분기까지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바짝 고삐를 죄야 할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120만대를 모두 채울 경우 SK텔레텍의 성장을 견제하는 안팎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SK텔레텍이 지난 3ㆍ4분기까지 SK텔레콤에 공급한 ‘스카이(SKY)’ 휴대폰은 모두 83만여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1만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양호한 실적이다. 상반기 매출액과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모회사 SK텔레콤이 지난 6월까지 번호이동 시차제로 손발이 묶였던 데다 최근까지도 40일간의 영업정지로 개점휴업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보다는 선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런데도 SK텔레텍은 안팎의 악재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표정관리’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SK텔레텍 관계자는 “일단 올해 120만대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며 “자체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준비하든지 해서 4ㆍ4분기에는 총력전을 벌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텔레텍이 말 그대로 총력전을 벌여 120만대를 애써 채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SK텔레텍은 4ㆍ4분기에 단 1개의 신규모델만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이미 50만여대나 팔린 베스트셀러 ‘IM-7200’도 재고가 바닥날 만큼 잘 팔리는데 서둘러 단종시켰다.
이는 내년 말 120만대 물량제한이 해제되는 데 따른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특수관계를 문제삼아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호흡 조절’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SK텔레텍 입장에선 120만대를 채우기 위해 수익성을 깎아먹으면서까지 판매가를 내리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할당량에 근접할 경우 생산량 뿐 아니라 재고 조절 등 골치아픈 ‘감량 경영’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한 이유다.
SK텔레텍은 지난해에도 내수시장에 110만여대를 공급해 할당량 상한선까지 다소간의 여지를 남겨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