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4분기 실적 뚜껑 열어보니 추정치보다 더 안좋아 … "당분간 반등 어렵다"

주력업종 대부분 빅배스·원화 강세에 발목


현대차·LG생활건강·대림산업 등 업종을 대표하는 상장사들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권 교체에 따른 공기업 부실 처리와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따른 빅배스(부실 털기) 효과로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추정치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추정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실제 실적이 추정치를 밑돌아 시장이 반등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 현대차는 지난해 4·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든 21조9,377억원, 영업이익은 10.8% 늘어난 2조3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현대차의 4·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1,757억원이다. 실제 영업이익은 추정치 대비 6.68% 낮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4분기 2,5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추정치 2,37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4분기 8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8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림산업은 시장 전망과 반대로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플랜트 현장에서 원가 급등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이 반영되며 지난해 4·4분기 3,1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시장에서는 대림산업의 4·4분기 영업이익을 751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날 현대차를 비롯한 각 업종 대표기업들이 발표한 실적이 추정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원화 강세, 내수부진 등의 요인 때문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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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현대차의 4·4분기 실적부터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수출 비중이 큰 대부분의 경기민감 업종에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4·4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이 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누적된 부실을 지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는 점 역시 실제 실적과 추정치 간 괴리도를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새로 부임한 CEO의 경우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대규모로 반영함으로써 잠재부실이나 이익규모를 그대로 드러내게 하는 빅배스에 나설 유인이 크다. 실제로 대림산업의 경우 4·4분기 발생한 추가비용 중 1,323억원은 공사 준공시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액을 앞당겨 반영한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공기업 CEO의 70%가 교체됐고 12월에는 민간기업 CEO들도 대부분 바뀌면서 빅배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실적 하향 조정이 시장에서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외부 요인 때문이라면 앞으로는 이외의 기업들이 빅배스에 나서면서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4·4분기 실적이 낮아진 추정치에도 밑돌면서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실적 시즌이 끝나는 2월 중순께나 돼야 올해 영업이익 하향 추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대비 2.4% 하향 조정되며 예년에 비해 하향 속도가 빠르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증권사들도 전망을 보수적으로 내놓고 있어 4·4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도 추가로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의 기본 근거는 과거 실적"이라며 "4·4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올해 실적 추정치도 내려 잡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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