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하나고 귀는 둘이다.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라'라는 말이 있다. 귀를 기울여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이자 확실한 방법이다. 상대방의 얘기를 머리로 들어서는 안 된다. 계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가슴과 심장으로 경청해야 한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잘 듣는 것에는 '아트(art)', 즉 예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사안이 국가 운영에 반드시 필요할 때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는 경청에서 비롯된 '예술'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청을 잘하는 것에도 단계가 있다고 한다. 배우자가 하는 얘기를 건성으로 듣듯이 듣는 '배우자 경청', 상대방의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그다지 공감하지는 않는 '수동적 경청', 주의를 기울이고 적극 공감하는 '적극적 경청',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느낌과 감정·맥락까지도 헤아려 듣는 '맥락 경청'이다. '맥락 경청'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적극적 경청'만큼은 꼭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경청 없는 소통은 불가능하고 소통은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강요가 아닌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소통은 특히 단순한 의사 전달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요즘도 어디를 가나 '소통' 얘기가 단골 메뉴인 듯하다. 그만큼 소통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소통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논의 뒤에는 적절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해야 한다. 소통은 조직을 더욱 건강하고 탄탄하게 만들고 고객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19년 동안 표류하던 국책 사업인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던 때가 떠오른다. 안면도와 굴업도·부안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던 최장기 숙제였지만 국가적으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일이었다. 벼랑 끝에 선 것과 같던 그때 돌파구로 찾은 것은 귀를 열어 주민의 의견을 겸허한 자세로 경청하는 것이었다. 서로 대화하면서 소통을 시작하자 보이지 않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민과 마주 보는 것이 아니고 한 방향을 보도록 노력했다. 주민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그에 따른 상생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결국은 주민 투표로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소통의 열쇠는 경청의 힘이라는 귀중한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대타협을 이룬 울진 8개 대안 사업도 경청에서 비롯된 성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협상 개시 후 15년 만에 타결된 이 사업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로써 신한울1·2호기 건설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고 신한울3·4호기 사업도 오는 2017년까지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면 최적의 상생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되면 국가 에너지 안보에 큰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