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은 올해 환골탈태해서 기필코 흑자를 일궈내야 합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11일 한진해운 본사에서 열린 컨테이너선 영업전략 회의에 직접 참여해 경영진에 직접 건넨 말이다. 조 회장의 이 같은 흑자달성 의지가 결국 실현됐다. 한진해운은 지난 2·4분기 7분기 만에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한진해운은 30일 공시를 통해 2·4분기 실적이 매출액 2조 1,457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2조4,965억원, 영업손실 98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4.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영업흑자는 분기 기준으로 2012년 3·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특히 한진해운의 이번 흑자 달성은 시황개선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의 결과여서 의미가 더 크다. 컨테이너 부문에서는 적자노선을 과감히 줄였다. 이로 인해 2·4분기 수송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하고 이의 영향으로 매출액도 1조9,397억원으로 11.7% 줄었다. 하지만 비수익 노선 합리화와 연료비 절감, 운항 원가 개선 등으로 37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했다. 벌크 부문 역시 시황 부진으로 2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손실 폭을 43.9%나 감축했다.
이에 앞서 조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 대표에 취임하면서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회사 정상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후 한진해운 사옥에 수시로 출근, 석태수 사장 등 현 경영진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는 등 업무를 직접 챙겼다. 5월에는 대만으로 날아가 세계 4위 선사 에버그린의 장룽파 회장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의 요청으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기는 했지만 당초 "한진해운 정상화를 비롯한 그룹 재무구조개선 문제로 조직위원장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고사했다.
한진해운 측은 최근 시황이 회복추세인 만큼 하반기에는 흑자 폭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컨테이너 부문이 성수기를 맞아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벌크 부문도 철광석 수출이 늘고 미국 곡물 시즌도 도래해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3·4분기에도 흑자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