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동부CNI에 배당금 등 사재를 털어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동부그룹과 채권단에 따르면 김 회장 및 아들 김남호씨 등은 동부CNI가 보유한 동부팜한농 주식을 매입해 동부CNI의 회사채 7월 상환분 500억원 중 40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 일가의 350억원과 동부CNI가 가진 50억원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산업은행이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7일과 14일 각각 200억원과 3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동부CNI로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 측이 자체 자금으로 회사채 상환자금 400억원을 마련하면서 산은도 회사채 100억원 차환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재출연 재원으로는 김 회장 일가의 배당금이 거론된다. 김 회장 일가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부그룹 상장 계열사로부터 모두 988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 회장 측 주식의 상당수는 이미 담보로 잡혀 있고 계열사 매각이나 부동산 담보대출도 이른 시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동부그룹 측 관계자는 "7일과 14일 자체자금으로 400억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의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전산 서비스 업체인 동부CNI는 동부팜한농 지분 36.8%를 비롯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동부하이텍·동부메탈·동부로봇 등 계열사 10곳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체 자금 여력이나 수익 모델이 없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왔다.
동부제철 역시 자율협약 확정 이후 처음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7일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제철 회사채 700억원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상환된다. 산은이 200억원, 신용보증기금이 240억원을 인수한다. 자율협약 참여에 부정적이었던 신보는 회사채 신속인수제 지원 이후 추가 지원 없이도 다른 채권단과 같은 순위로 변제권을 보장받기로 하면서 동참했다. 동부CNI가 동부제철 주식을 담보로 빌린 150억원도 자율협약이 시행되면서 계약조건에 따라 조기 상환했다.
다만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8월부터 올해 말까지 계열사 전체에 2,044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2015년에는 3,586억원의 회사채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