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 조기해결 급선무(경제 이대론 안된다)

◎정부 시장원리 집착말고 현실 직시해야21일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주재로 열린 은행장 조찬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은 한결같이 기아사태의 조기 해결만이 최근 경제난국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장들은 법정관리라도 빨리 신청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쳤다. 그러나 강부총리는 기아의 처리방향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 또 윤증현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은 오히려 『채권자들이 당당하게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은행장들을 질타했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처리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으니 은행장들이 제발 좀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주문에 다름없었다. 그러면서 이날 회의가 끝난후 윤실장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의 퇴출이 막판까지 왔다는데 은행장들의 시각이 일치했다』며 『더 이상 기업 부도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업부도는 은행들이 돈을 풀어서 막도록 하고 은행의 자금부족은 한은에서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2, 3금융권에 대해서도 채권회수를 자제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윤실장은 덧붙였다. 기아 등 지금까지 쓰러진 기업은 한계기업이지만 부채비율이 1천2백%를 넘는 뉴코아 등은 한계기업이 아닌 만큼 자금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궤변이다. 강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것은 은행들이 엄밀한 대출심사없이 대마불사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돈을 빌려주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꾸짖었다. 이와 동시에 회생가능한 건실한 기업에 자금을 적극 지원해주도록 요구하는 이율배반을 서슴지 않았다. 뉴코아의 자금지원에서 볼 수 있듯 회생가능한 건실한 기업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정부가 직접 하겠다는 얘기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자 이제 아예 옷을 수선하겠다고 덤비는 꼴이다.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한 그동안의 철학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강부총리는 『항상 직선으로만 갈 수는 없지않느냐. 가다보면 산도 있고 강도 있는 것이지』라며 얼버무렸다. 시장경제원리만 고집하다가 대기업 연쇄부도가 멈출줄 모르자 이제는 1백80도 돌아서 모든 기업을 무조건 살리고 보겠다는 것이다. 항상 극단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보다도 한국정부와 금융기관들이 현재 상황을 헤쳐나갈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의문시하고 있다』고 최근 해외출장을 다녀온 한 공무원은 전하고 있다. 금융대란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태연히 21세기 장기과제에 몰두하는 경제팀의 강심장을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외신인도가 문제되자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 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하기보다는 국내 언론홍보용 대책에만 치중하다가 대외신인도 하락을 부추긴 실정이다. 최근 경제난국은 일부 시장의 실패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시장경제원리의 실패, 강경식경제팀의 어설프고 현실에 발을 디디지 못한 경제철학때문이라는 결론이다.<이세정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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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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