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그룹/태 촘부리주 HTC 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8월 완공 연 40만대 생산/동남아 공조시장 점령 “담금질”/현지협력업체 이미 20여곳 확보/에어컨·히터 등 400억 매출 자신/2000년 「세계빅5」도약 청사진도국내 소형자동차의 부품국산화율이 90%나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 그중에서 엔진, 컴프레서, 서스펜션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핵심부품들은 대부분이 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다. GM, 포드 등 미자동차메이커들의 고급승용차에도 한국산 핵심부품들이 대거 사용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한나공조(사장 신영주)의 에어컨등 공조제품도 높은 기술력으로 외국자동차메이커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지만 국내소비자들에게는 이 사실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라공조의 태국현지 생산법인인 HTC(HALLA CLIMATE CONTROL THAILAND)는 한라공조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미포드사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설립된 공조제품 메이커다. 현재 막바지 공사에 들어간 이 공장은 한라공조와 포드가 총 자본금 60대 40의 비율로 출자했다. 총자본금은 1천만달러. 포드와 만도의 합작으로 설립된 한라공조가 다시 포드와 합작한 이중 합작회사인 셈이다. 「세계 공조분야의 빅5 회사가 된다」는 세계화전략을 세운 한라공조는 캐나다의 현지공장을 인수한데 이어 동남아지역의 교두보 확보로 태국공장 합작건설에 착수 했다. 총 대지 1만4천5백평인 이 공장은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1백20㎞ 떨어진 「존2」와 「존3」의 경계지역인 촘부리주의 이스턴 시보드 에스테이트지역내에 있다. 바로 인근에 포드와 마쓰다의 합작공장 AAT사와 포드, GM의 7∼9억달러규모의 완성차공장등 세계 내로라하는 회사들이 속속 공장을 건설중이다. HTC공장은 에어컨,라디에이터,증발기 등 공조제품을 생산,주로 AAT사에 공급할 계획이다.생산량은 에어컨 10만대,히터 8만대,라디에이터 20만대등이며 연간 매출액은 4백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HTC의 직원은 한라파견직원 6명과 포드의 생산담당공장장 1명,그리고 태국현지인 20명 등이다. 이가운데 한라는 전체적인 관리와 함께 공장건설에 관여하고 있으며 포드는 생산기술자문을 맡고 있다. 양사의 합작은 포드의 동남아진출전략과 맞물려있다. 지난 80년대 들어왔다가 도요타등 일본자동차사의 공세에 밀려났던 포드사는 수년전부터 재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포드에서 파견된 알리 잘리레반드 생산담당 공장장은 『한라공조는 포드의 합작투자사중 가장 성공적이다』며 HTC가 완공되기 전부터 투자성과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 공장의 완공시점은 오는 8월. 이병섭 이사를 포함한 6명의 프로젝트팀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방문, 시공사인 다케나카사 관계자와 태국 현지건설인부를 독려하며 완벽시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이사는 『캐나다공장과는 달리 직접 공장을 건설, 가동하는 사업이므로 한라의 모든 노하우를 집약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한라프로젝트팀은 우선 투자비 절감을 적극 추진했다. 투자초기부터 관여했던 권오식 과장은 『일단 태국정부의 투자혜택을 1백% 따낸다는 목표하에 공장부지를 물색했다』며 『이 공장이 존2와 존3에 걸쳐있으면서도 존3의 혜택을 취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라고 강조한다. 8년간 법인세 감면, 대부분의 부품에 대한 관세 5% 적용등 태국투자청의 혜택을 모두 받게 된 것. 공사단가 절감에도 신경을 썼다. 먼저 공사를 공개입찰, 응찰업체의 응찰내역서를 통해 부문별로 최저가격을 파악했다. 이 이사는 『분야별로 최저가 시공가를 확인한후 이를 모두 합친 가격으로 다시 입찰을 해 공사비를 줄였다』며 구두쇠작전을 밝힌다. 프로젝트팀의 또다른 임무는 태국내 협력회사를 모집하는 것. 이들은 현지공관과 먼저 투자했던 한국기업들에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심지어는 일본무역진흥공사(ZETRO)가 개최한 협력업체 모집설명회에 참석, 태국의 부품업체명단을 입수해 이들을 찾아다녔다. 이 이사는 『현재 20여개의 협력업체를 확보했는데 기술수준이 낮아 일일이 공장지도까지 해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 공장은 오는 8월 완공에 앞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해둔 상태다. 수요처인 AAT사는 세계 선진자동차메이커인 포드와 마쯔다가 합작 투자한 공장으로 내년 6월 연간 13만5천대 규모로 1톤픽업트럭을 생산할 계획인데 한라 태국공장은 AAT사의 공조부품을 독점공급하게 된다. 생산제품중 AAT에 공급하고 남는 제품은 태국내 있는 다른 자동차업체에 판매할 계획이다. 한라공조가 포드와 만도기계간의 합작을 통해 설립됐다는 점과 HTC공장도 포드와 한라공조간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독점적인 공급은 당연해보이기도 한다. 이 이사는 그러나 『이 공장을 추진해온 과정을 본다면 합작관계보다는 한라공조의 기술수준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생산될 에어컨등 공조부품의 기술은 국내제품 수준 이상을 요구한다. 이 지역은 연중 섭씨 25도를 웃돌아 자동차안에서는 하루종일 에어컨을 돌려야하는 열대지역이다. 『이 지역은 공조제품에 있어서는 극한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그 기술수준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여러단계 높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이이사의 주장이다. 따라서 신제품과 함께 이를 생산할 공장의 완벽시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공장의 건설로 국내 수출효과도 적지않다. 한라는 우선 공장건설에 소요되는 각종 철강재를 연합철강등 국내 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들여다 쓰고 있다. 뿐만아니라 앞으로 생산할 공조제품내에 들어갈 컴프레서등 핵심부품은 모두 한국의 본사로부터 수입할 계획이다. 이 이사는 『컴프레서의 경우 연간 7만개 이상을 한국으로부터 가져올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 공장은 한라공조가 추진하는 세계화전략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있다. 신영주 한라공조사장은 『국내 자동차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적극적인 현지화와 글로벌경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이 공장의 운영방침을 설명한다. 한라는 2000년대 세계 빅5의 공조회사로 성장한다는 세계화전략에 따라 캐나다공장에 이어 지난 94년 11월부터 태국진출을 결정했다. 또 유럽전초기지가 될 포르투갈공장을 오는 98년 3월부터 가동시키는 한편 인도,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유고, 브라질등 해외거점지역에 공장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합작관계인 포드, 형제그룹인 현대그룹의 현대자동차와의 동반진출, 철저한 현지화전략등으로 성공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파타야(태국)=문주용> ◎인터뷰/이병섭 한라공조 태 프로젝트 팀장/“근로자에 주인의식심기 최선… 이윤 돌려줄 계획” 『우리는 3∼5년 있다가 떠날 것이지만 이 공장만은 영원히 이곳에 남을 것이라는 말을 태국직원들에게 자주 합니다. 한국기업의 장점 특히 미래지향적인 추진력으로 대표되는 한라의 기업문화와 태국의 문화를 조화시켜 한국이 경영하는 태국회사로 만드는 것이 현지화의 목표입니다.』 내내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때문에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린 이병섭 한라공조 태국프로젝트팀장(이사)는 공장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무엇보다 태국근로자들의 근무자세가 정상가동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온 몸에 긴장감이 몰려온다. 이 이사는 『태국내에서는 공조제품을 만드는 노하우가 없고 근면한 근무자세가 부족하다』며 『이들을 교육시켜 기술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게 현지화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공장가동으로 현지인력이 늘어나면 그만큼 직원관리도 어려워지는 만큼 주인의식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해외투자초기부터 이례적으로 이윤을 내는 대로 이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메리트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방침도 정해둔 상태다. 자연 근로자들의 근무의욕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그동안 6명의 정예 프로젝트팀원들은 너나 할것없이 완벽한 공장을 건설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완벽한 공장만이 완벽한 제품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타설한 바닥슬라브를 파헤쳐 설계대로 시공했는지등을 일일이 점검하기도 했고 어떡하면 태국정부의 투자혜택을 더 얻어내나 하고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본사와 합작사인 포드사와 연락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 리얼타임의 정보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했다. 『파견 직원모두 아침 7시전에 집을 나와 밤 11시에 돌아가는 날이 예사였다. 덕분에 직원들은 모두 가정에서는 죄인일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됐지만 이 공장을 발판으로 오는 2000년대까지 글로벌 경영을 완성, 해가 지지않는 한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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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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