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뗀 2인자 꼬리표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받은 것입니다. 어떤 불만도 없습니다."

14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열린 'FIFA발롱도르(Ballon d'Or)2013' 시상식. 시상자로 나선 펠레(브라질)의 입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의 이름이 불리자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

지난 2009년부터 4년 연속으로 이 상을 받아온 메시지만 이번에는 호날두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이 상을 받은 뒤 메시에게 번번이 밀려 '2인자'에 머물렀던 호날두는 5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로 최고 자리에 올랐다. 메시는 "호날두는 자격 있는 수상자이기 때문에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FIFA발롱도르는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FIFA 184개 회원국 대표팀 감독·주장과 주요 매체 취재진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발롱도르는 프랑스어로 '황금공'이라는 뜻이다.

◇섬 소년에서 1인자 되기까지=투표에서 호날두는 1,365점으로 27.9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메시는 1,205점으로 24.72%, 프랑크 리베리(31·프랑스)는 1,127점으로 23.36%였다. 한 명이 3명에게 투표해 1~3위 표에 5·3·1점이 주어졌다.



호날두는 발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네 살짜리 아들 호날두 주니어와 포옹한 그는 멀리서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단상에서 발견하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호날두는 "오늘 받은 두 번째 발롱도르는 더 와 닿는다. 어머니와 아이 앞에서 받은 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세 번째 발롱도르를 받으러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섬이 고향이다. 요리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좋아하는 배우이자 미국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에서 아들의 이름 'Ronaldo'를 따왔다. 형·누나들과 같은 방을 쓰며 장난감도 없이 자란 호날두는 축구를 시작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12세 때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유스팀에 들어가더니 5년 뒤 스포르팅 성인팀에 뽑혔다. 이후 1년 만에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호날두의 이름은 전세계로 퍼졌다. 맨유에서 6시즌을 활약한 그는 2009~2010시즌부터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다. 호날두는 지난 한 해 56경기에서 69골을 터뜨려 메시(45골)와 리베리(24골)를 압도했다. 여기에 스웨덴과의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4골을 터뜨리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역대 최다골(9골)까지 작성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메시는 부상에 탈세 의혹까지 겹쳐 표심을 잃었다.

◇호날두·메시, 팔카오·이니에스타 찍었다=호날두와 메시도 각각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주장으로서 발롱도르 투표를 했다. 하지만 라이벌답게 서로의 이름을 찍지는 않았다. 3위 표까지 3개의 빈칸이 있었지만 한 표도 주지 않았다.

이 밖에 홍명보 감독과 주장 이청용은 나란히 리베리를 1위로 찍어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은 2·3위 투표에서도 호날두와 메시를 외면해 선수 선발에 있어서의 뚜렷한 주관을 보여줬다.